올 추석 연휴에는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보다 훨씬 많다. 주요 신작 한국 영화는 6편이나 되지만 할리우드 영화는 3편이다.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무적자',톱스타 김태희를 내세운 '그랑프리',코미디 전문 장진 감독이 연출한 '퀴즈왕',신선한 착상이 돋보이는 로맨틱코미디 '시라노:연애조작단',설경구가 주연한 '해결사',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저예산 스릴러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등이 주요 한국 영화들이다. 할리우드 영화로는 '레지던트 이블4;끝나지 않은 전쟁3D','캣츠앤독스2',애니메이션 '슈퍼 배드' 등 3D 영화 3편이 선보인다. 2D 일본 애니메이션 '마루밑 아리에티'도 흥행 전쟁에 뛰어들었다.

◆'시라노:연애조작단'

로맨틱코미디 '광식이 동생 광태'와 '스카우트' 등을 연출한 김현석 감독의 신작.연애에 서투른 의뢰인들을 대신해 에이전시들이 상대를 현혹하는 법을 가르쳐주며 커플을 맺어주는 스토리다. 신선한 유머와 에피소드들이 가득해 이야기가 어디로 전개될지 눈치채기 어렵다. 에이전시 요원으로는 엄태웅과 박신혜,박철민,주아민 등이 맡았고 연애에 서투른 의뢰남 역 최다니엘,그의 마음을 빼앗는 타깃녀 이민정의 연기가 앙상블을 이룬다. 송새벽과 류현경 등 조연들의 연기도 웃음을 자아낸다. 시사회 반응으로는 추석 시즌 영화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



◆무적자

혁과 철 형제는 탈북 도중 헤어진다.

이후 혁은 친구 영춘과 함께 무기 밀매단에 가담해 부산과 태국을 오가며 활동한다. 하지만 조직 내 배신자 태민은 음모를 꾸며 혁과 영춘을 함정에 빠뜨린다.

혁과 헤어졌던 동생 철은 한국에서 경찰이 돼 무기 밀매단을 추적한다.

오우삼 감독의 1986년작 '영웅본색'을 남북 분단의 특수성을 적용한 한국 버전으로 리메이크했다. 사내들 간 진한 의리가 이야기의 핵심.

갱 영화답게 격투신과 총격신 등도 곁들여진다. 송승헌 주진모 김강우 조한선이 주연했다.


◆그랑프리

김태희와 양동근이 주연한 로맨스영화.

경주 도중,사고로 말과 자신감을 잃은 기수 주희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제주도로 향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지닌 우석의 도움을 받은 주희는 재기의 용기를 얻는다.

상처 입은 사람들의 성장 드라마.양동근과 김태희의 키스 신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수많은 경마 신도 흥미를 북돋운다.

방송 드라마 '아이리스'의 양윤호 감독 작품.



◆해결사

흥신소를 운영하는 강태식은 불륜 현장을 급습한다.

하지만 그 자리에 한 여자가 살해돼 있어 강태식이 범인으로 몰린다.

그때 전화가 걸려오고 롤러코스터 같은 추격전이 펼쳐진다.

자동차 추격신이 볼거리다.

단,관객이 극 중에 참여할 만큼 플롯을 촘촘하게 짜지 못한 게 약점이다.

설경구가 함정에 빠진 강태식 역을 맡았다.


◆퀴즈왕

위트 넘치는 대사로 고정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장진 감독의 코미디.한밤중 4중 추돌사고가 일어나고 한 여자가 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다. 경찰과 추돌사고 관련자들은 피해 여성의 신분을 확인하려고 소지품을 뒤지다 상금 133억원짜리 퀴즈쇼의 마지막 30번째 문제를 발견한다. 사람들은 29번 문제까지 맞히면 133억원을 딸 수 있다는 계산으로 저마다 벼락치기 공부 끝에 퀴즈쇼에 참가한다. 김수로,류승룡,한재석,장영남,류덕환,심은경,송영창 등의 연기 경쟁이 뜨겁다. 임원희,정재영,신하균,장진 감독 등도 카메오로 출연한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외딴 섬에서 온갖 핍박과 성적 학대까지 당한 서영희가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시골의 모습을 고스란히 얼굴에 간직한 서영희와 도시녀를 표현한 지성원의 연기 대결이 볼 만하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는 등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레지던트 이블4; 끝나지 않은 전쟁

2002년 동명 비디오게임을 바탕으로 만든 첫 작품이 히트한 이후 시리즈화됐다.

이번 영화는 엄브렐러 코퍼레이션의 T-바이러스가 새로운 좀비족들을 만들어내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고 앨리스가 반격하는 내용.

도쿄와 알래스카,로스앤젤레스 등에서 3D 로케이션 촬영됐다.

앨리스 역의 밀라 요보비치와 함께 조력자 크리스 역으로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석호필'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웬트워스 밀러가 출연했다.

일본 J팝 스타 나카시마 미카도 단역으로 등장한다.



◆슈퍼배드

달을 훔쳐 세계 최고의 악당이 되려는 주인공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고아원의 세 소녀를 양육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웃음,감동을 그린 3D 애니메이션.

슈퍼 악당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독특한 스토리로 미국에서는 2억3000만달러의 흥행 수입을 거뒀다.

소녀시대 태연과 서현이 세 소녀 중 첫째 마고와 둘째 에디트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캣츠 앤 독스2

인류를 위협하는 미친 고양이를 잡기 위해 개와 고양이가 연합작전을 펼치는 동물 첩보물.개와 고양이를 앙숙으로만 그렸던 전편과는 180도 달라졌다. 귀여운 동물들이 마치 '007'과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의 주인공들처럼 맹활약한다. 자극적인 설정을 배제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실제 동물 배우들의 연기와 애니메트로닉스 기술,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조합해 개와 고양이,비둘기 등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한국 3D업체인 스테레오픽처스가 컨버팅작업(2D로 찍은 영화를 3D로 바꾸는 작업)해 뛰어난 실력을 과시했다.

◆마루밑 아리에티

일본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끄는 지브리 스튜디오가 만든 신작 애니메이션.마루 밑에 사는 10㎝ 크기의 소인족(小人族) 소녀와 인간 소년의 교감과 우정을 다룬 팬터지영화.집안 구석구석에는 모험거리가 무한대란 것을 새삼 보여준다. 수작업으로 자연풍경과 인물을 그렸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