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가 '필리핀펩시'를 인수,필리핀 음료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롯데그룹은 이로써 올 하반기에만 해외 기업 3곳을 잇따라 사들이는 등 해외 인수 · 합병(M&A)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칠성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홍콩투자전문회사 구오코 등이 소유한 필리핀펩시 지분 34.4%를 매입,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고 16일 발표했다. 투자금액은 44억4700만페소(약 1184억원)다. 롯데칠성이 해외 기업을 인수한 것은 2005년 중국 베이징후아방식품유한공사를 인수한 지 5년 만이다.

롯데가 인수한 필리핀펩시는1965년 미국 펩시에서 설립한 회사로 필리핀 전역에 11개 공장과 106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2008년 필리핀 증시에 상장된 이 회사의 주요 제품은 펩시콜라와 마운틴듀 게토레이 립톤 세븐업 등이며,지난달 필리핀 음료시장 점유율은 15% 선으로 코카콜라에 이어 2위다. 올 6월 말로 끝난 필리핀펩시의 2009회계연도 매출은 4200억원,순이익은 200억원이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이번 필리핀펩시 인수는 지난해 1조3000억원 선이던 매출을 2018년 7조원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종합음료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장기 경영전략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식음료 업계에서는 국내 음료시장의 35%를 점유하고 있는 롯데칠성이 국내 시장에서의 독과점 문제를 피하면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롯데칠성의 필리핀펩시 인수로 올해 롯데그룹이 국내외에서 사들인 기업은 모두 8개로 늘어났다. 2008년 4건,지난해 5건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올 하반기 들어 인수한 4개 기업 중 3곳이 해외 기업인 것도 특징이다. 지난 7월 호남석유화학이 말레이시아 석유화학업체 타이탄을 인수하고,롯데홈쇼핑이 중국 홈쇼핑업체 럭키파이를 손에 넣은 데 이어 이번에 롯데칠성에서 필리핀펩시를 사들인 것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