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와 터키에 이어 아르헨티나에도 한국형 원전을 수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16일 과천청사에서 방한 중인 훌리오 데 비도 아르헨티나 기획부 장관과 양국 정부 간 원전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에는 아르헨티나가 추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과 기존 중수로 원전의 수명 연장 사업에 협력하는 내용을 담았다.

비도 장관은 방한 기간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경영진과도 만나 구체적 협력방안을 논의했으며,신고리 원전 건설현장도 방문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의 원자력 기술을 사용하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번 협정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조만간 신규 원전 1기를 건설하고 이미 가동 중인 원전 1기의 수명연장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중수로 원전 2기를 운영 중이며,1기를 건설 중이다. 이 나라의 총 전력설비는 2만7840㎿이며 이 중 원전 발전량은 1005㎿다. 총 전력설비의 4%에 해당한다.

아르헨티나 원전 수출이 가시화하면 한국형 원전은 UAE와 터키에 이어 남미 지역까지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이미 정부 간 협력 논의가 진행 중인 멕시코까지 감안하면 중동에 이어 중남미 지역이 한국형 원전의 새로운 수출 지역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2030년까지 4기의 원전을 건설할 브라질도 우리나라의 수출 대상 국가로 꼽힌다.

한전과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 컨소시엄은 이미 지난해 UAE가 발주한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원전 수주전에서 프랑스와 미국-일본 컨소시엄 등을 제치고 원전 수출의 물꼬를 텄다. 터키와는 원전사업 공동연구를 마치고 시노프 지역에 한국형 원전인 'APR1400' 2기를 짓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터키 원전 수주 여부는 오는 11월께 확정된다. UAE에 이어 터키 원전 수출까지 확정되면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원전 강국의 반열에 오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터키 원전 수출에 성공하고 아르헨티나와의 협력이 가시화하면 중동과 남미,유럽 등지에서 한국형 원전에 대한 동시 다발적인 '러브콜'도 본격화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UAE 원전을 수주한 이후 폴란드 핀란드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원전 건설을 계획한 대부분 나라가 한국을 주요 협상 대상국에 포함시키고 있다"며 "터키 등에서 추가 수주가 확정될 경우 해외 수출이 상당한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도 원전 사업 참여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두산중공업이 사실상 독점해온 원전 주기기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포스코는 원전사업전략팀을 꾸려 스마트 원전 사업을 본격화했다. 두산건설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과거 원전 시공 사업에 나서지 않던 건설업체들도 신규 시장 진출 채비에 들어갔다.

장창민/서기열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