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런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그동안 간헐적으로 우려돼온 환율전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등 그 파장이 심상치 않다. 재신임을 받은 간 나오토 정부가 6년 만에 비교적 큰 규모로 시장개입에 나섰으나 정작 그 효과는 의문시되는 분위기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재무관을 비롯해 대부분의 외환전문가들은 일본의 독자적인 시장개입만으론 엔화 강세국면을 돌려놓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의 엔화 초강세는 일본 자체보다 대외요인에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다. 중국은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일본 국채를 대거 매입한다.

또 미국 정부는 수출 진흥과 경기부양 차원에서 달러 약세를 은밀하게 유도하고 있다. 해묵은 영토분쟁이 재연되는 민감한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가 시장개입 직전까지 자국 국채 매입을 자제해 달라고 중국 정부에 협조를 구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는 중국이 국채 매입을 지속한다면 일부 중국산 제품의 수입규제나 이에 상응하는 강경한 대책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엔화 초강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1995년 5월에 맺었던 '역(逆)플라자 합의'와 같은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995년 4월1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 · 달러 환율 80엔이 붕괴되자 다음 달 세계경제 안정을 위해 서방선진7개국(G7) 간 달러가치 부양을 위한 합의가 이뤄졌다. 그 후 엔 · 달러 환율은 148엔대까지 오르면서 엔고 문제가 시정됐다.

하지만 이번엔 이런 합의가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일본경제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엔화 초강세로 일본 경제가 최악인 디플레 국면으로 추락해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졌다는 의미다. 중국이 투자매력도가 낮은 일본의 국채를 매입하는 것은 현재 대외정책의 최우선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팍스 시니카'(중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특히 역플라자 합의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은 인위적인 달러가치 부양을 수용할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경기가 부진한 데다 일본과의 무역불균형도 다시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이번 시장개입의 심각성이 이 대목에 있다. 일본 정부가 의욕만 앞세워 추가 개입에 나설 경우 환율전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동남아,유럽,심지어 미국조차도 일본의 조치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일본의 시장개입 직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A3 통화'구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A3통화란 아시아의 중심 3국인 중국의 위안화,한국의 원화,일본의 엔화로 구성되는 일종의 복수통화바스켓 단일통화 구상을 말한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저평가된 위안화와 고평가된 엔화문제를 한꺼번에 시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리먼 사태 이후 세계경제 최대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 플라자 합의

1985년 미국과 일본,영국,독일,프랑스 재무장관들이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외환시장 개입으로 달러 강세를 시정키로 결의한 조치.당시 미국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엔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고 각국이 협조하도록 했다. 이 조치로 1985년 9월 달러당 240엔에서 1986년 8월 155엔으로 엔화가치가 높아졌다. 반면 1995년 4월 주요 G7국 간에 이뤄진 엔저유도 합의가 '역플라자 합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