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자문형 랩 등 '랩어카운트 제도 개선안'에 대해 증권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6개 대형 증권사 랩어카운트 담당자들은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전날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개선안에 대해 논의하는 긴급 회의를 가졌다. A증권 관계자는 "개선안에 예상을 벗어난 내용이 많아 당황스럽다"며 "그대로 시행되면 랩어카운트 영업에 큰 타격이 예상돼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요 쟁점을 정리해 금융위에 질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증권사들은 우선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를 내세우는 랩어카운트가 '집합운용'을 전제로 한 펀드와 달리 운용돼야 한다는 금융위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개선안이 현실과 괴리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집합주문' 제한이 주요 논의대상이 됐다. 금융위는 증권사가 투자자문사로부터 포트폴리오를 받아 가입자의 자산 비중에 따라 일괄 주문을 내는 펀드형태의 '집합운용'을 금지하고,가입자별로 계좌를 달리 운용하면서 매매 주문만 모아 내는 단순 '집합주문'만 허용키로 했다. 예컨대 각 계좌에 삼성전자 주식을 편입할 경우 주문량을 한데 모아 내는 것(집합주문)은 가능해도 계좌마다 일률적으로 삼성전자를 동일 비율로 편입시키는 것(집합운용)은 안 된다는 얘기다. B증권 관계자는 "랩 가입자마다 최적의 포트폴리오가 크게 다르지 않고,수많은 계좌별로 포트폴리오를 짜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가입자의 계좌 운용과 관련한 상담업무를 펀드매니저(운용역)만 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도마에 올랐다. C증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지점에서 PB(프라이빗뱅커)들이 해 온 상담업무를 본사 운용역 3~5명이 전담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가입자들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인프라가 취약한 중소형 증권사들의 타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가입자 성향을 현행 펀드 '표준투자권유준칙'처럼 세분화하고 주식 위탁매매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한 방안에 대해서도 일률적인 규제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랩어카운트는 가입자의 재산상태,투자성향 등에 맞게 차별적으로 운용돼야 함에도 3~4명이 9000여개 계좌를 관리하는 등 펀드처럼 운용된다"며 "증권사들의 문제 제기를 들어볼 생각이지만 기본 방향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