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감사원장의 총리 발탁 과정에서 청와대는 국회 인사청문회 벽을 어떻게 넘느냐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 및 장관들의 잇단 낙마가 대부분 도덕성 문제에서 비롯되면서 '청문회 공포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검증 기준을 강화하고 '모의 청문회'까지 도입한 직후 첫 공직 지명이어서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국정 핵심 기조로 내세운 터다. 이 때문에 도덕성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 봤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16일 "김 후보자는 38년간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청렴성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성실성을 인정받아 공정한 사회라는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를 뿌리내리게 하는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재산 형성 부분도 검증 과정에서 특별히 문제될 게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고위공직자 재산 변동 현황을 보면 김 후보자는 지난해 1억3640만원 줄어든 10억8952만원을 신고했다.

특히 청와대는 그가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첫 전남 출생 총리가 된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전남 출신 후보로는 1987년 총리서리를 지냈던 이한기 후보가 있다. 그의 본적은 전북 고창이나 전남 담양 출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을 의식한 선택이기도 하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여권 인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것은 청와대와 물밑 접촉을 했을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 대통령과 특별한 개인적 인연은 없다. 2년여 동안 감사원장을 지내면서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임 실장은 "사법행정 경험과 국정 전반을 조망하는 감사원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종합적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이번에는 차기 대권 주자를 키우기보다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실무형 총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후반기 당내 화합을 겨냥한 포석도 깔려 있다. 앞서 정운찬 전 총리나 김 전 후보자를 지명했을 당시 인위적으로 대권 주자를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친박(친박근혜)계의 불만이 팽배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런 내부 분란을 피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