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7공주'…흔들리는 '6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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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급등 7공주 '팔자' 쏟아져…기아차만 '나홀로 선전'
'지주사 6왕자'도 수급 악화…당분간 업황따라 종목 차별화
'지주사 6왕자'도 수급 악화…당분간 업황따라 종목 차별화
지난 5~6월 주식시장을 달궜던 '자문사 7공주'가 '무수리'로 전락했다. 코스피지수는 1800대 안착을 시도하고 있지만 '7공주' 종목은 기아차를 제외하고는 모두 추락 중이다.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 부담에다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수급에 공백이 생긴 탓이다. '서머랠리'(여름철 주가 강세)를 주도했던 '지주사 6왕자'도 이달 들어 상승 탄력이 둔화되며 일부 종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3~4분기 실적 전망에 따라 '7공주'와 '6왕자' 내에서도 종목 간 주가 차별화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7공주' 맏언니 LG화학도 급락
코스피지수는 16일 12.03포인트(0.66%) 떨어진 1811.85로 마감해 전날의 반등을 이어가지 못했다. 외국인이 2037억원어치 순매수해 5일째 '사자' 행진을 지속했지만 매수 강도는 약했다. 특히 펀드 환매에 시달리는 투신권(자산운용사)이 1291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인 데다 개인도 1427억원을 순매도해 시장은 활기를 잃었다.
이날 '7공주'의 맏언니 격인 LG화학이 4.59% 급락해 시가총액 20위권에서 낙폭이 가장 컸다. LG화학은 최근 사흘 연속 떨어지며 직전 저점인 지난 8월17일 이후 최저가로 밀렸다. 기관 매물이 늘어난 데다 연말 정보전자소재 부문의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일부 증권사의 전망까지 나오면서 힘이 빠졌다. 하루 전에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관련주인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나란히 6% 이상 급락해 충격을 줬다. 삼성SDI는 외국인과 기관 순매도 1위에 오르는 수모를 당했다.
하이닉스와 삼성전기는 '7공주' 중 가장 먼저 매를 맞은 종목들이다. D램 가격 하락으로 3분기 이후 실적 악화 우려가 제기된 하이닉스는 7월(-10.18%)과 8월(-6.22%)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최근 이틀간 소폭 상승하며 반등을 시도 중이지만 8월 말 주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기도 발광다이오드(LED) 업황이 부진할 것이란 예상에 발목이 잡혀 7월(-11.65%),8월(-16.48%) 연속 급락했다. 삼성테크윈도 이달 들어 2.26% 하락했다. 7~8월 횡보했던 기아차만 이달 들어 9.74% 상승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7월 이후 초강세였던 '지주사 6왕자'도 이달 들어 SK(17.39%)와 두산(9.17%)은 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CJ(-4.98%) 한화(-3.03%) LS(-1.28%) LG(-0.81%) 등은 하락 반전했다.
◆업황 전망에 따라 차별화될 것
'7공주'의 몰락은 주가를 띄웠던 일부 기관이 치고빠지는 전략을 사용한 탓이다. 한 증권사 법인영업 담당자는 "전날 제일모직이 6% 이상 급락한 것은 이 종목에 베팅했던 일부 투자자문사와 증권사 랩어카운트 계좌에서 차익 실현 물량이 대거 쏟아졌기 때문"이라며 "특정 세력이 주가를 끌어올린 종목은 수급이 깨지면 낙폭도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업황 전망이 갑자기 나빠진 것도 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7공주' 종목엔 악재였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주가 강세 배경에는 개별 종목 장세가 끝물에 이르자 우량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사의 가치가 뒤늦게 부각된 영향이 있다"며 "수급의 뒷받침 없이 순환매로 상승한 종목이 오랫동안 강세를 보이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수급 충격이 가라앉고 나면 업황 전망에 따라 종목 간 주가 흐름이 엇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조 연구원은 "7공주와 6왕자는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미국 증시에서 기관이 선호했던 50개 종목인 '니프티 피프티'와 비교할 만하다"며 "당시에도 업황 전망에 따라 종목 간 주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큰 편차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당분간 업종별 순환매 장세가 예상되며 지주사는 화학 에너지 비중이 큰 종목이 상대적으로 나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