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은 EU 이사회가 16일 최종 승인함에 따라 '한국과 EU 의회 비준' 절차만 남겨놓게 됐다. 이사회에서 한 · EU FTA가 만장일치로 통과된 만큼 의회에서도 별다른 문제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한 · EU FTA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어 한 · 미 FTA처럼 의회에서 발목이 잡힐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모든 공산품 관세 철폐

내년 7월1일 발효가 예정된 한 · EU FTA는 작년 10월 이뤄진 가서명 협정문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한국과 EU 양측은 모두 공산품(임산물 포함) 전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한국은 7년，EU는 5년에 걸쳐 각각 관세를 철폐한다.

품목 수 기준으로 한국은 3년 내에 철폐하는 비중이 95.8%，EU는 99.4%이다. 한국은 8%의 관세를 매기는 자동차부품과 계측기(8%) 직물제의류(8~13%) 등의 관세를，EU는 자동차부품(4.5%) 무선통신기기부품(2~5%) 스웨터(12%) 등의 관세를 즉시 철폐한다.

관세 철폐 시기는 자동차의 경우 양측 모두 중 · 대형(배기량 1500㏄ 초과)은 협정 발효 후 3년 내，소형(배기량 1500㏄ 이하)은 5년 내에 하기로 했다. EU의 중 · 대형 승용차 관세 10%를 3년 내에 철폐한다면 매년 3.3%의 관세 인하 효과가 있다. 재작년 기준으로 승용차는 한국의 대(對)EU 전체 공산품 수출액 중 18.5%를 차지(전체 수출액으로는 8.9%인 52억달러)하고 있다. 또 3년 내 철폐 대상인 중 · 대형 자동차 수출 비중이 대EU 자동차 수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수출 수혜가 예상된다.

◆서비스는 한 · 미 FTA와 비슷한 수준

농산물은 주요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양허 제외，현행 관세 유지，계절관세 도입，세번(품목 분류번호) 분리，농산물 세이프가드 적용 등 예외적 취급과 함께 10년 이상의 관세 철폐 기간을 확보키로 했다. 단 쌀과 쌀 관련 제품은 양허에서 제외된다.

포도와 오렌지는 계절관세를 적용받으며 쇠고기와 냉장 돼지고기，맥주맥 · 맥아，사과，설탕，인삼 등 9개 품목은 농산물 세이프가드 대상이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마다 미리 정해둔 물량을 초과해서 수입될 경우에 발동할 수 있다. 가장 민감한 냉동 · 냉장 삼겹살과 냉장 기타 부위의 관세 철폐 기간은 10년으로 했다. 또 낙농제품에 대해서는 양허 기간을 10년 이상 장기화했다.

주류와 관련해 EU 측은 한국산 주류 대부분(99%)에 대해 관세를 즉시 철폐한다. 한국은 EU산 포도주(관세율 15%)에 대한 관세를 즉시 철폐하지만 보드카 브랜디 테킬라 등은 5년，맥주는 7년，위스키는 3년 내 각각 철폐하기로 했다. 서비스 및 투자 부문에서는 한 · 미 FTA와 유사한 수준으로 법률 회계 세무 등 전문직 등을 개방한다.

다만 한 · EU FTA에서는 양허표에 기재한 분야만 개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협상 타결 막판까지 큰 쟁점이었던 관세환급은 현행 제도를 계속 유지하되 협정 발효 5년 후부터 특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해당 품목에 대해 관세환급 비율을 제한할 수 있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도입키로 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