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이 가서명한 자유무역협정(FTA) 승인을 거부하던 이탈리아가 '지지'로 돌아섰다. EU 이사회가 한 · EU FTA를 승인하고 정식 서명이 이뤄지면 FTA 협정은 당초 일정보다 6개월 늦은 내년 7월1일 발효될 전망이다.

EU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특별외교이사회는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 · EU FTA를 승인했다. EU가 한 · EU FTA를 시행하기로 공식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한 · EU FTA 서명에 거부 입장을 피력해온 이탈리아가 다른 EU 회원국들의 강도 높은 설득을 받아들인 결과다. EU는 지난 10일 특별외교이사회에 이어 13일 일반이사회를 열어 한 · EU FTA 승인 문제를 논의했지만 피아트 등 자국 자동차업계에 대한 피해를 의식한 이탈리아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한 · EU FTA 승인을 지지하는 대신 '발효 시점을 6개월 늦춰 달라'고 요구했고 EU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한 · EU FTA 발효 시기는 내년 1월1일이 아닌 7월1일로 늦춰진다. EU 이사회의 승인으로 한국과 EU는 다음 달 6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FTA에 정식 서명하기로 했다. 정식 서명 이후 양측 의회의 비준만 이뤄지면 협정이 발효된다.

EU는 27개 회원국의 개별 동의 절차를 생략하고 의회 비준만 거쳐 잠정 발효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잠정'이라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 효력은 정식 발효와 사실상 동일하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EU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했기 때문에 의회 비준도 올해 말께 무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