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주식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코스피지수는 16일 12.03포인트(0.66%) 하락한 1811.85에 마감했다.유가증권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5조9594억원으로 이틀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최근 4일 간 하루 평균 약 5000억원에 달하던 외국인 순매수 규모도 2037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관망세가 뚜렷한 하루였다.전문가들은 이날 지수 하락을 단기 급등에 따른 자연스런 조정 과정으로 평가했다.

밤 사이 미국 다우지수는 0.21% 올랐다.경기 동향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물류회사 페덱스의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물가·고용·경상수지 등 이날 발표된 각종 지표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난 게 호재로 작용했다.다우지수가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이어감에 따라 전날 국내시장에서 ‘감속 모드’에 들어갔던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다시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이 대목에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외국인 순매수의 ‘해부학’이다.

지난 10일 이후 닷새간 약 2조3000억원 가까이 유입된 외국인 순매수에 대해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이렇게 설명한다.미국과 중국의 경제 지표들이 호전되면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불식됐고,이로 인해 외국인들이 다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선물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 순매수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순매수는 크게 세가지로 분류된다.유망해 보이는 주식을 선별적으로 사들이는 ‘개별주식 순매수’,고평가된 지수 선물을 팔면서 저평가된 현물을 사는 ‘프로그램 차익순매수’,선물과 상관없이 현물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프로그램비차익 순매수’가 바로 그것이다.그런데 프로그램 비차익 순매수에는 프로그램 차익 순매수가 상당 부분 섞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올해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1차 중기상승(2월8일∼4월27일)과 2차 중기상승(5월27일∼현재)으로 나눠 외국인 순매수 해부학을 적용해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1차 상승기 동안 유입된 외국인 순매수액 약 10조원 중 프로그램 매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6%였지만,2차 상승기에 이 비중은 118%나 된다.2차 상승기에 외국인의 개별주식 순매수는 마이너스였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물시장에 유입되는 프로그램 매수를 결정짓는 것은 선물 가격의 움직임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꼬리’(선물시장)가 ‘몸통’(현물시장)을 흔드는 ‘왝더독’ 장세가 오랜 기간 지속된 것이다.문제는 개별주식 순매수와 달리 프로그램차익순매수는 경기상황과는 무관하게 선·현물간 가격 가치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2차 상승기 동안 프로그램 차익 매수세가 활발하게 유입될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 공격적인 순매수세를 보이면서 선물가격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결국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서면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코스피지수는 하락세로 방향을 틀 수 있다.대부분의 선물시장 전문가들의 최근의 코스피지수 상승세를 다소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외국인들의 개별주식 순매수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코스피지수가 1800선 돌파를 위한 상승세를 시작한 8월27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외국인의 개별주식 순매수는 1조568억원으로 프로그램 순매수(8489억원)를 훨씬 웃돈다.즉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원동력이 외국인의 개별주식 순매수였던 것이다.

다만 선물가격이 현물가격에 비해 저평가될 경우 현물시장에 쏟아질 수 있는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4조원을 넘어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물가격의 ‘키(key)’를 쥐고 있는 외국인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한편 대우증권은 17일자 보고서를 통해 한국단자를 중소형주 포트폴리오에 신규 편입했다.신규 사업인 발광다이오드(LED) 리드프레임이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다,중국 시장에서 신규 매출 발생도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증권은 LG디스플레이와 디아이씨를 단기 유망 종목으로 편입했다.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패널업체들의 감산 및 재고 조정으로 업황이 바닥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고,그동안의 주가 급락으로 가격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디아이씨는 지난해 구조조정 이후 수익성과 외형의 동반 성장으로 주가 레벨업이 기대되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