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CEO들의 모럴해저드로 애꿎은 투자자들의 피해만 늘어나고 있다.

한화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 5부는 지난 16일 서울 한화 본사와 여의도 한화증권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강세를 보이던 한화그룹주는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화그룹주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17일 오전 현재 이틀 연속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이달 초 검찰이 한화그룹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 조성해 관련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내사에 착수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화 주가는 사흘 연속 하락하며 7% 가까이 급락한 바 있다.

금융 대장주인 신한지주도 CEO리스크로 이달 초 4만6200원이던 주식이 8일 4만2300원까지 8% 넘게 빠졌었다.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사들은 이런 사건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내 놓고 있어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한화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심리 측면에서는 부정적이지만 한화증권에서 그룹 전체 리스크로 분산된 상황이기 때문에 주가가 큰 폭으로 빠질 이유가 없다"는 분석을 내 놨다.

신한지주 사태에 대해서도 경영권 관련 이슈가 직접적으로 실적이나 근본적인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이 이용하는 한화 종목 게시판에는 "시장에서 도덕성과 신뢰를 다 잃어버렸다. 개미들 입장에서는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다", "대한민국 그룹 중 이렇게 구설수 많은 기업이 없다. 크고 작은 구설수로 주가가 폭락할 때마다 개미들만 피눈물 흘렸다"는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는 도덕성을 보는게 아니라 숫자를 보기 때문에 도덕성 여부만 상관없이 실적이 좋으면 투자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고 전제했다. 그렇지만 이 관계자는 "투자 종목을 선택하는 데 있어 CEO의 비전이나 철학 또한 고려 대상이 되기 때문에 CEO리스크가 발생하는 기업의 경우 문제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한국 사회에서는 과거에도 이같은 문제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받아들이는 충격이 크지는 않다"며 "회사의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 리스크인 신한지주의 경우 이번을 기업 쇄신의 기회로 삼는다면 오히려 역발상적으로 저가에 주식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