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용 합성원사 제조업체 우노앤컴퍼니는 생산량의 90% 이상을 수출한다. '난연PET(폴리에스터)원사'를 일본 가네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이 회사는 이 부문 세계 시장점유율 3위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가발원사는 기존에 주로 사용하던 'PVC(폴리염화비닐)원사'보다 색상,광택,촉감이 머리카락과 비슷하면서도 열에 강하다. 열에 약하던 PET원사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당 6달러 수준인 PVC원사에 비해 가격(㎏당 11달러)도 83% 정도 비싸다. 우노앤컴퍼니 관계자는 "2004년부터 기술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난연PET,특수사 등 고성능 원사 개발에 매진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때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던 국내 가발 산업이 고부가가치 원사를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가발은 1970년대까지 단일 품목으로는 의복,합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팔리는 수출품이었다. 1970년엔 총 수출액의 9.3%(9357만달러)를 차지했을 정도다. 수출공업단지인 구로공단(현 구로디지털단지)에만 40여개의 가발 봉제공장이 몰려있었다.



잘 나가던 국내 가발산업은 고임금에 발목이 잡히면서 경쟁력을 급속도로 잃어갔다. 1980년대 말부터 노동조합운동의 영향으로 생산직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원가경쟁력이 떨어진 것.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추격을 받게 되고,이를 견디지 못한 상당수 업체들은 1990년대 초부터 잇달아 이들 국가로 생산라인을 이전했다.

가발산업이 되살아난 것은 2000년대 들어 가발용 합성원사와 가발용 부자재 업체들이 연구 · 개발(R&D)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 덕분이다. 국제두피가발전문가연합에 따르면 가발제품 수출액은 2005년(2536만달러) 이후 오름세로 돌아선 후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2006년 2712만달러,2007년 3125만달러,2008년 3905만달러,2009년 4300만달러를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47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동집약적 산업인 가발 봉제산업이 해외로 이전하는 대신 기술력을 갖춘 가발 원사업체들이 수출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며 "가발 원사는 물론이고 실을 지지하기 위한 레이스망 등 부자재에 대한 기술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한국 가발이 다시 각광받게 됐다"고 말했다.

가발용 원사업체인 모드테크는 2004년 '난연PET원사' 개발에 뛰어들어 올 하반기 완료를 앞두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본 회사들이 PVC원사에만 관심을 두던 2000년대 중반에 국내 원사업체들이 '고열PET''난연PET' 등을 개발하면서 일본이 60년간 독점하고 있던 가발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코스닥에 상장한 우노앤컴퍼니는 작년 매출 160억원,영업이익 5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30%에 이른다.

이현준 국제두피가발전문가연합 이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탈모인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가발 시장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에 비해 가발의 모질이나 내피가 좋아져 가발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모를 숨기기 위한 가발보다는 기능성과 심미성이 뛰어난 고가의 가발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맞춰 기술개발에 나서야 수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