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북 쌀지원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과 관련,북한이 '천안함 도발'을 사과하고 비핵화를 위한 전향적인 의지를 보여야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17일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쌀 100만t 이상을 군량미로 비축하고 있다는 얘기는 사실"이라며 "주요 군 주둔지역 인근 저장소에 따로 비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식량난과 수해에도 불구하고 100만t 이상의 쌀을 비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앞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최근 북한에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이는 남북관계에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며 북한이 전쟁에 대비해 비축한 쌀은 100만t에 달한다"고 말했다. 군량미 100만t은 북한 전체인구 2300만명이 3개월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북한이 그동안 대북 지원식량을 군량미로 전용해온 데다 천안함 도발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규모의 쌀지원을 할 수는 없다"며 "대규모 지원을 받으려면 투명성이 제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정치권과 농민단체,대북지원단체들의 쌀지원 여론을 등에 업고 대남 전방위 유화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군량미로의 전용을 막을 수 있는 모니터링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대북 쌀지원이 재개된다면 과거처럼 장기저리 차관 형식이 아니라 쌀분배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모니터링이 가능한 무상원조 형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