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의회가 중국을 상대로 위안화 절상 압박을 높이고 있지만 중국 편에 선 미국 기업들도 적지 않다.
지난 14일 미국 농업과 기업 관련 단체 36곳이 중국산에 위안화 환율 관련 특별관세를 부과하려는 미 의회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게 대표적이다. 이들은 샌더 레빈 하원 세입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위안화 절상 문제에 반덤핑관세나 상계관세로 대처하는 입법에 "강력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대 서한에 서명한 미 · 중 비즈니스협회,미국 대두협회 등은 적정 환율 산정이 주관적이고 일방적이며, 정치 문제가 될 잠재성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경제 문제를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신화통신)는 중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듯하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위안화를 평가절하함으로써 불공정하게 수출경쟁력을 높여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일부 미국 기업들은 위안화 절상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 중국에 수출 공장을 가동 중인 미국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엔 위안화 절상이 수출 비용 증가로 직결된다.

지난 3월 위안화 절상 압박이 고조됐을 때 야오젠 중국 상무부 대변인이 "중국에 진출한 미 기업이 세계 무역 발전과 보호주의 척결을 위해 자신들의 요구 사항과 입장을 미 정부에 피력하기를 희망한다"며 "일부 기업들은 미국의 중국산 수입 제한 조치에 반대하는 로비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것과 맥이 닿는다. 2005년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이 커졌을 때도 이에 반대하는 미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중국 수출의 50% 이상을 중국 진출 외국기업이 맡고 있는 현실이 반영됐다.

중국 입장을 거드는 미국 기업이 적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위안화 절상 압박 법안이 통과될 경우 빚어질 양국 간 무역전쟁이 미 수출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기업 관련 단체 관계자는 위안화 절상 압박 법안의 내용에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의 위반 소지가 있어 중국이 제소하면 중국이 이기고,미국의 대중(對中) 수출품에 보복관세가 부과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