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형 제약주에 집중 투자해 유명해진 미국계 투자자문사 바우포스트가 최근 삼일제약경동제약 지분을 대거 매각했다. 바우포스트는 삼일제약 보유 지분을 손실을 보면서도 모두 팔아 제약주에서 점차 손을 떼는 모습이다.

바우포스트는 지난달 30일부터 열흘에 걸쳐 보유 중이던 삼일제약 70만8650주(지분율 12.88%)를 모두 매각했다. 또 경동제약은 이달 1일부터 12일간 17만2218주를 팔아 지분율이 10.94%에서 9.66%로 줄었다.

이로써 환인제약 현대약품 등 9개 중소형 제약주를 사들이며 2000년대 중반 제약주 랠리를 이끌었던 바우포스트의 포트폴리오에서 제약주는 경동제약 한 종목만 남게 됐다. 바우포스트는 이 밖에 한신공영(12.66%) 삼천리(13.24%) 등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에서 1997년 설립된 바우포스트는 경기에 민감하지 않으면서 저평가된 종목을 중심으로 장기 투자하는 자문사다. 2005년에는 일성신약을 매각해 불과 1년 만에 140%의 수익률을 올리는 등 중소형 제약주 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거뒀지만 삼일제약에서는 손실을 봤다.

바우포스트는 2002년 2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7차례에 걸쳐 삼일제약 주식을 취득해 장기 보유해 왔다. 평균 취득단가는 2만9738원이지만 평균 매각가격은 5421원이었다. 2006년 4월 액면분할로 주식 수가 5배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지분 매입에 421억원을 들였고 회수한 금액은 384억원에 그쳐,8.78%(37억원)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반면 경동제약에서는 112.63%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경동제약의 평균 매각가격은 8266원으로 취득단가(8773원)보다 낮았지만,2005년 10월과 2006년 11월 주당 0.5주씩 무상증자를 받아 주식 수가 두 배 이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8년 넘게 투자하던 삼일제약 지분을 처분한 것과 관련,바우포스트가 국내 중소 제약사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리베이트 영업 규제와 복제약 가격 인하 정책으로 중소형 제약사들은 앞으로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라며 "삼일제약을 계속 보유하더라도 손실을 만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손절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