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뜨거웠던 올 여름, 증시에서 화학주들은 경기수요 논란으로 주가가 미끄러진 IT(정보기술) 자동차 관련주의 공백을 메우며 코스피지수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다. 그러나 몇 개월을 쉼 없이 뛰어온 화학주들은 올 4분기에도 '상승 바통'을 다음 주자에게 넘겨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경닷컴>이 국내 주요 26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4분기 유망 업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증권사 15곳(복수응답)이 화학주를 추천했다. 전문가들은 "정유 업황이 살아나고 있는데다 업종대장인 LG화학호남석유 등 석유화학 업체들이 기존사업을 넘어 새로운 모멘텀(상승동력)을 확대하기 위해 신규 사업분야로 밟을 넓히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유株, 업황 회복+성장스토리 '매력적'

정유주는 지난해 워낙 업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상대적으로 더 부각되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정제마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요소로 꼽힌다.

박대용 현대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지역의 안정적인 수요 증가와 미국의 완만한 석유소비 회복으로 올해 세계수요는 전년 대비 2.2% 증가할 전망"이라며 "정유설비 증설도 완만해져 등·경유 위주의 정제마진이 회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정유 3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92.4% 급증할 것이란 분석이다.

SK에너지, GS, S-Oil 등 정유주 3총사의 개성도 각기 뚜렷하다는 진단이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유사가 모두 다른 성장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GS칼텍스의 경우 이달부터 신규 고도화 설비가 가동됨에 따라 정유 부문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S-0il은 이익 기여도가 떨어졌던 석유화학 부문의 증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SK에너지의 경우 정유와 화학 부문에서는 대규모 투자보다 내실을 꾀하고 E&P(석유개발)나 2차전지 분리막 등 친환경 전자재료 분야에 대한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긍정적이란 진단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SK에너지와 S-Oil 두 종목을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지목했다.

◆"석유화학株, 아직도 상승여력 남아있다"

정유주보다 주가가 더 가파르게 뛴 석유화학주도 아직 추가 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이후 재고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주요제품 가격이 계속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사실 석유화학주는 연초 대비 52% 상승하며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 지수를 41% 웃돌고 있다. 가격상승이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석유화학주 중에서도 신(新) 성장동력을 확보한 LG화학과 호남석유의 주가 전망이 밝다고 권했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 주가는 연초 대비 50% 상승했지만 아직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며 "기존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은 안정적으로 창출되고 있으며 정보전자소재 부문 또한 소형전지와 편광판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 판가하락을 상쇄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리기판과 중대형 2차전지 실적이 가시화된다면 앞으로 주가 역시 드라마틱한 상승을 꾀할 것이란 전망이다. 호남석유는 말레이시아 석유화학업체인 타이탄을 인수한 것이 가장 큰 성장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박영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175만톤인 호남석유의 NCC(나프타분해) CAPA(생산설비능력)는 타이탄 인수와 자체 증설 노력으로 2~3년 내에 320만톤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320만톤의 NCC는 올해 화학제품 평균가격 기준 적용시 연간 13~14조원의 매출액을 가능케하는 수준"이라며 "케이피케미칼 합병까지 이뤄질 경우 총 17조원 수준의 매출액이 창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화학업종 비중을 줄이지 않고 차익실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연말까지 '장기보유'해 수익을 좀 더 늘릴 것을, 신규 투자자인 경우엔 SK에너지와 S-Oil 등 정유주를 담는 게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귀뜸했다. 정유주는 이제 '뜨고 있는 별'이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