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좌측 깜빡이 켜고 우측간 것이 아니며 방향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이는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채권시장에선 한은이 한차례 기준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회전 한다면 한다”

김 총재는 17일 한은 연수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통화정책방향을 묻는 질문에 자동차의 방향 지시등의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김 총재는 “우회전 한다면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그는 “(우회전을) 대로를 지나 할 것이냐,지금 할 것이냐의 차이이며 이번 골목에서 우회전 안 했다고 우회전 안 한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9일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향후 상당기간 동결이 이어질 것이란 시장 일각의 관측에 대해 경고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한은 관계자는 “올해 5.9%의 성장에 이어 내년에도 4.5% 성장할 것이란 게 한은의 공식 전망”이라며 “이러한 성장세에 비해 연2.25%의 기준금리는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GDP갭 2분기 플러스 가능성”

이중식 한은 조사총괄팀장은 이날 ‘국내총생산(GDP)갭 관련 이슈’ 주제발표를 통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설명했다.GDP갭이란 실제 GDP와 잠재 GDP와의 차이를 말하는 것으로 플러스 수치가 나오면 물가 상승압력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이 팀장은 “3분기엔 GDP갭이 플러스라고 안심하고 말할 수 있다”며 “지난 2분기에도 GDP갭이 마이너스라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한은은 2분기에 GDP갭이 플러스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있으며 3분기엔 플러스의 폭이 더 커졌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일부 민간 경제연구소에서 내년에도 GDP갭이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이는 한은의 분석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GDP갭이 올해 -9조5000억원에 이어 내년에도 -9조1000억원을 나타낼 것으로 분석했다.LG경제연구원 역시 내년에도 GDP갭이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경제판단 차이는 금리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로 귀결되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금리 인상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한은은 물가불안 등 향후 부작용을 우려해 금리 정상화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통위원 독자행동 자제해야”

김 총재는 “한은 총재도 금통위에서 n분의 1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강명헌 금통위원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강 위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김중수 총재가 지난 9일 금통위 직후 물가불안에 대해 언급한 것은 금통위를 대표해서 한 발언이 아니며 한은 총재로서 한 발언”이라고 공격했다.강 위원은 특히 “4분기 이후 물가불안이 커질 것이란 한은 집행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김 총재는 “각자 생각하기 나름이고 개인의 생각에 대해 코멘트한다는 것은 문제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며 직접 대응을 자제했다.김 총재는 그러나 “가지 많은 나무가 바람잘 날 없다”며 우회적으로 강 위원을 비판했다.

한은의 한 간부는 “1998년 상근 금통위 제도를 도입한 이후 시장에 혼선을 주지 말자는 차원에서 금통위원의 개별 생각은 밝히지 않는게 불문율처럼 여겨져 왔다”며 “강 위원의 발언은 이같은 관행을 깨는 것이어서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이 간부는 특히 “미국에서 벤 버냉키 의장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개별 금통위원과 같다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