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크렘린궁과 붉은광장에서 불과 300m 떨어진 러시아 최고 번화가이자 소비 트렌드의 중심지인 크베르스카야 거리.현대자동차는 현지 부자 소비자들에게 앞선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난 5월 이곳에 브랜드숍을 열었다. 브랜드숍은 특정 브랜드의 제품력과 기술력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매장으로,러시아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회사 가운데 브랜드숍을 연 것은 현대차가 처음이다.

가을비가 내린 지난 18일 오전.한눈에 봐도 중상류층으로 보이는 시민들이 수없이 길을 오갔고 상당수는 에쿠스 제네시스 등 고급차들이 전시된 현대차 브랜드숍에 관심을 보였다. 큼지막한 통유리를 통해 안을 들여다보던 한 중년 남성은 "멋지다"는 말을 연발했다. 독일 고급 세단 못지않다고도 했다.

조경래 현대차 러시아 판매법인장은 "러시아의 중상류층 소비자들이 시승 체험을 포함해 현대차 브랜드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며 "대중차는 물론 시장잠재력이 엄청난 고급차 판매 기반을 지속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지화 RBr 모델로 러 국민차 도약

현대차의 올해 러시아 판매 목표는 작년보다 27% 많은 7만5000대(완성차 기준)다. 러시아 시장의 전통 강자인 닛산 포드 시보레(GM) 등은 10% 넘게 판매가 줄었지만,현대차는 올 들어 8월까지 작년 같은 때보다 22% 늘어난 4만7200대를 팔았다.

현대차는 연산 15만대 규모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발판삼아 러시아에서 톱클래스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당장 내년엔 수입차 1위 메이커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러시아 공략의 두 축은 현지화와 고급화로 잡았다. 21일 준공식을 갖는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할 소형차 전략모델 RBr(프로젝트명)은 러시아 현지화 전략의 핵심이다. 기존 베르나의 전장과 폭을 넓히고 차체 높이는 낮추는 등 러시아인들의 취향에 맞췄다. 현대차는 RBr이 속한 준중형급뿐 아니라 소형차 소비층까지 흡수,최다 판매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RBr이 속한 차급은 작년 러시아 자동차 판매의 50.4%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큰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다.

현대차는 RBr의 베스트셀링카 등극을 자신한다. 벌써부터 현지 딜러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스크바 인근에서 가장 큰 현대차 딜러점인 젠서의 안드레이 포킨 총매니저는 "RBr은 전통적으로 세단을 선호하는 러시아 고객의 취향에 맞아떨어지는 신차로 베스트셀링카가 될 것으로 확신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민차로 육성하기 위한 공격적 마케팅 준비도 마쳤다. 파워트레인 5년 무상 보증,5년간 긴급출동 서비스 제공,5년간 5회 무상 타이어 교체 등의 프로그램으로 소비자 마음을 잡을 계획이다. 24시간 정비 핫라인 시스템도 도입한다. 현대차는 도로 여건이 좋지않아 고장이 잦은 지역적 특성 탓에 경쟁사들은 엄두를 내기 힘든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브랜드 고급화로 중상류층 잡는다

현대차 러시아판매법인의 율리아 티콘라보바 PR매니저는 "러시아 경제의 기반이자 미래인 중산층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는 한편 잠재력이 큰 고급차 시장으로 한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 40%에 달하는 높은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에쿠스와 제네시스 등 최고급 럭셔리 세단을 러시아에 투입하는 이유다. iX35(국내명 투싼ix)와 싼타페도 지난 4월 출시했고 다음달에는 신형 쏘나타를 내놓는다.

모스크바 중심부에 개설한 브랜드숍은 부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진기지다. 이곳에선 직접적인 차량 판매가 아니라 시승 체험과 문화 및 역사 교양강좌 개설 등을 통해 부유층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얼어붙었던 중산층 소비심리가 점차 살아나고 있는 만큼 신차 모델을 지속 공급할 뿐 아니라 판매와 정비망을 보강하고 문화행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브랜드 이미지 상승곡선이 가팔라 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