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등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채권은행협의회를 상대로 낸 신규여신 중단 등의 결의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이에따라 현대그룹 채권단은 지난 6,7월 결의한 신규대출 중단,민기도래 여신 회수등의 금융 제재를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실행할 수 없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현대그룹은 금융 제재의 족쇄를 벗고 현대건설 인수전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그보다 기업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재무구조개선 약정의 존립 근거에 의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 재판부가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은 원칙적으로 기업이 자유롭게 결정해야 한다"며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기업 판단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감독당국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이 금융논리만으로 회생가능한 기업에까지 극단적 제재를 하는 빌미가 되지 않았나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약정 체결을 위한 기업의 부실 여부를 판단할 때 과거 재무제표에만 매달려 최근의 실적호전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기업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던 만큼 기업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이번 결정이 채권단 공동 제재의 부당성에 근거를 둔 만큼 개별적 제재는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개별 제재가 이뤄질 경우 추가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채권단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현대그룹이나 은행 이익을 위해 거래 기업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채권단 모두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측은 상생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