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나라당 A의원은 "주위에서 한나라당이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출근길이 즐겁다"고 했다. B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경선이다 뭐다해서 자리를 많이 비우니 TV에 얼굴이 자주 나와서 좋다"고 했다. C의원은 "요새 골프가 잘 맞아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요즘 한껏 '업(up)'돼 있다. 얼굴 표정이 좋고 정기국회 현장에선 목소리가 높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당이 안 보인다'는 비판을 받으며 의기소침해 하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활기가 느껴진다.

왜 그럴까. 최근 집권 여당을 '소 닭보듯 하던' 청와대의 태도가 개각을 계기로 확 달라진 것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청와대는 여당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일부 후보를 낙마시켰다. 여당과의 불통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당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행정부의 태도도 지난달 말 당 연찬회를 계기로 다잡혔다. 원내 상황도 바뀌었다. 친(親)서민대책,공정한 사회 등 굵직한 이슈를 선점하면서 잠시 야당에 빼앗겼던 정국주도권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4대강 살리기 예산이 쟁점이 되고 있지만,그 또한 걱정할 게 없다는 태도다. 내년 말께 4대강 공사가 대강 마무리되면 민심이 크게 움직일 것으로 낙관한다. 안상수 대표는 "청계천 사업처럼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성공하면 다음 대통령 선거는 하나마나가 될 것이기 때문에 야당이 필사적으로 방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간다면 차기는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런 자만감 때문인지 벌써부터 차기를 염두에 둔 계파 간 연대설도 흘러나오고,불법사찰 문제를 둘러싼 계파 간 물어뜯기도 재연되고 있다.

이런 여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네티즌 조성화씨(jsh6125)는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자숙'과 '겸손'을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공정,공정'하면서 공정사회를 무슨 특허인 양 말하는데,한나라당이 병역기피 탈세 투기(부정축재) 위장전입 등에서 자유롭다고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좀 더 자숙하고 겸손하게 국민들에게 다가서는 정당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재집권은 꿈도 꾸기 힘들 것이다. "

박수진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