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가 올 4분기 유통업종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국가의 경기회복 및 환율강세로 구매력 증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의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이 국내 주요 26개 증권사에서 설문을 받은 결과(복수응답 가능), 하나대투증권 IBK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10개 증권사가 유통업종을 4분기 투자 유망업종으로 꼽았다. 또 유통업종을 추천한 10개 증권사 중 5개가 롯데쇼핑을 유망종목으로 제시했다.

◆"취업자 증가→소득증가→소비호황 지속"

증권사들은 유통주가 유망한 첫 번째 요인으로 국내 소비호황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취업자수 증가에 따른 소득 증가가 소비호황을 이끌 것이란 판단이다.

지난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수는 2400만5000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38만6000명이 증가했다. 실업률도 전달(3.7%)에 비해 하락한 3.3%를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이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황나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경기 확장이 지속되면서 고용도 본격적인 회복궤도에 오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7월 제조업가동률이 사상 최고치로 높아져 있어 기업들의 구인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으며,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본격화되고 있어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개선에 힘입어 소비회복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최근 내구재 판매를 중심으로 소비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소비지표들도 양호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 유통주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SI)와 소비지출전망 CSI지수는 각각 110과 112를 기록해 기준치인 100을 계속 웃돌고 있다. 올 하반기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긍정적인 신호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온다"…유통株, 성장동력 확보

긍정적인 국내 환경과 더불어 유통주를 이끌고 있는 것은 중국 모멘텀(상승동력)이다. 한국보다 성장잠재력 및 절대소비 규모가 큰 중국에 국내 유통업체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2008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비비중은 36%로 다른 회원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에 있어 소비여력이 상승할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의 GDP 대비 소비비중은 54%였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올 상반기 발표한 2010년 소매판매액 예상치도 전년 대비 20% 증가한 15조위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성장 및 소비확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관점이 유지되고 있다. 현대증권 김경환 연구원은 "중국의 8월 경제지표는 9~10월 쇼핑시즌 소비경기 호조세가 이어질 가능성과 경기선행지수 반등 가능성 등을 시사했다"며 "중국정부가 하반기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소비는 국내보다 성장잠재력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증권사들이 4분기에 유통주 중 롯데쇼핑을 주목한 이유도 바로 중국에서의 성장성이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2008년 3025억원이었던 롯데쇼핑의 해외매출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를 통해 지난해 1조1000억원, 올해 2조5000억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라며 "특히 2010년 예상 매출 2조5000억원 중 중국내 매출이 약 1조5000억원으로 국내 대형 내수주 중 대표적인 중국 소비 관련주"라고 평가했다.

또 중국을 대표로 한 롯데쇼핑의 해외사업은 자산가치만으로도 의미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이다. 남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해외부문 가치는 최소한 1조2000억원에 이른다"며 "올해까지 해외부문의 총 투자비 2조1000억원 중 영업권 계상액을 제외한 순자산가치가 1조2000억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통업은 영업이 실패할 경우에도 최소한 부동산 등 자산가치는 남고, 이 자산가치가 통상 상승한다는 점이 타 업종 투자와 가장 차별화된다는 것이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