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현장속으로] 4만원짜리 추석선물받고 감격한 직원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유니온금속(대표 유명호 · 53)의 직원들은 이번 추석에 1인당 4만원짜리 과일세트를 받았다. 그리 큰 선물은 아니지만 직원들은 기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불과 1년 전만 해도 일감이 없어 구조조정의 공포에 떨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단 내 인근 업체 중에는 아예 문을 닫은 업체가 생겼을 정도로 경기 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작년 추석까지 일감이 없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공장을 일주일에 겨우 절반만 돌렸다. 튜브 피팅(tube fitting · 튜브와 튜브를 연결하는 관이음새)과 밸브를 만드는 이 회사의 직원 90명은 일이 없는 날에는 연구 · 개발(R&D)을 하거나 교육을 받으며 불안하게 지냈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며 토요일도 전원 출근해 일한다. 수주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최근에만 20명을 더 뽑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계속해서 채용하고 있다. 일감이 밀려 지난 주말엔 대체 근무를 했을 정도다.

"만약 작년에 구조조정을 했다면 이렇게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유명호 대표는 설명했다. 지난해 그가 아무리 어려워도 "구조조정은 없다"며 "어려워도 함께 가자"고 선언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직원들 대부분이 자녀를 2~3명씩 둔 가장들이기 때문이다. 유 대표 역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이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그는 1984년 직원 2명으로 서울 신도림동 안양천 방죽 부근 월세 공장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둘째,경기가 살아나면 직원을 금방 뽑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채용이 쉽지 않다. 숙련공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수주가 급증한 것은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면서부터다. 튜브 피팅과 밸브는 반도체 장비에 없어서는 안될 부품들이다. 엔고로 해외시장에서 한국산 튜브 피팅과 밸브를 찾는 바이어가 늘면서 수출도 급증하고 있다. 유 대표는 "작년에 150억원이었던 매출이 올해는 2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직원들은 맞교대와 주말 근무로 몸은 고달프지만 마음만은 훈훈하다. 잔업 덕분에 봉급도 늘었기 때문이다. 생산직 근로자들은 100% 특별보너스까지 받는다. 게다가 몇몇 직원들의 경우 정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하도록 배려해줘 어느 해보다 더없이 뿌듯한 추석이 될 듯하다.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