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 올해는 참 좋은데…내년엔?
기업 실적이 3분기(7~9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지만 4분기부터 꺾이기 시작해 내년과 2012년은 주요국 증시 중 이익증가율이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이 꺾이는 것은 부담이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적정 수준을 찾아가면서 내년 상반기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은 유효하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이익 증가율은 떨어지지만 이익의 절대 규모나 질적인 면에선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분석이다.

◆내년 이익 증가율은 하위권

20일 증권정보업체 IBES에 따르면 내년 국내 증시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치는 올해보다 6.35%,2012년은 7.8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15개 주요 국가 · 지역별 EPS 증가율 가운데 내년,2012년 모두 끝에서 두 번째다. 내년 신흥국 평균 EPS 증가율이 16.33%,선진국은 16.10%에 이를 전망이다.

김성노 K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의 EPS 증가율이 낮은 것은 정보기술(IT),조선,필수소비재 업종의 이익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IT업종 순이익은 2012년까지 정체 상태를 보이고 조선업종은 수주 물량 감소로 인해 향후 2년간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분기별로도 올 3분기가 실적의 정점으로 추정된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상장사 영업이익(컨센서스 기준)은 3분기 25조7000억원에서 4분기 22조9000억원으로 떨어진 후 내년 1분기도 24조원에 머물 것"이라며 "2분기에나 25조9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들어 IT업종을 중심으로 이익 전망치까지 하향 조정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2개월 예상 순이익 전망치(17일 기준)는 지난 6월 말보다 7% 하향 조정됐고 하이닉스는 55%나 낮아졌다. LG전자는 19%,LG디스플레이도 26% 각각 낮아졌다.

◆성장 둔화돼도 주가는 오른다

전문가들은 이익 증가율이 떨어지는 것은 증시에 부정적이지만 밸류에이션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는 근거는 금리가 워낙 낮은 수준인 데다 위험자산(주식) 회피심리가 점차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의 이익 규모가 커진 반면 한국 증시 PER은 9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저평가가 해소되면서 시장은 점차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이익 추정치가 10% 정도 떨어질 경우 한국 증시 평균 PER인 11~12배의 하단인 11배만 적용해도 지수 2000선을 넘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2005~2006년에도 이익이 정체된 상황에서 지수가 오른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주요 선진국은 올해 회복이 더뎌 내년 증가율이 높은 반면 한국은 올해가 너무 좋아 내년에 정체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보다는 이익의 절대 규모로 증시를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4분기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로 조정이 있더라도 1700선이 깨지진 않고,내년 상반기엔 2100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