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9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발생했던 채권시장 충격은 이제 상당히 가라앉았다. 채권 금리는 이후 반등하는 모습이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하지만 다음 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또다시 동결된다면 채권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채권금리 급락 진정

20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주말에 비해 0.05%포인트 오른 연 3.50%를 기록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 역시 0.08%포인트 상승한 연 3.94%를 나타냈다.

채권 금리는 지난 4월 말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불거진 이후 하락세를 보여왔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점치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후엔 비관론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특히 7~8월 중국의 둔화 가능성에다 미국의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차 하강)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채권 금리가 하락했다.

한국은 여기에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집중 매입이란 변수가 추가되면서 하락폭이 더 커졌다. 중국의 외환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한국 국채 매입,미국 등 선진국과의 금리차를 겨냥한 캐리 트레이드,원화 강세를 예측한 자금의 유입 등이 이어졌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35%,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83%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급락에 따른 반작용과 김중수 한은 총재의 추가 금리 인상 시사 발언으로 저점과 대비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15%포인트,5년 만기 국고채 금리 역시 0.11%포인트 상승했다.

◆10월 금통위가 최대 변수

김중수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단 워크숍에서 "우회전한다고 했으면 한다"며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 시기다. 김 총재는 "이번 사거리에서 할지,다음 사거리에서 우회전할지는 섣불리 얘기할 수 없다"며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선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한 만큼 연내 인상 가능성을 좀 더 높게 보고 있는 편이다. 다만 인상 시점이 10월이 될지,11월이 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는 편이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은 만큼 10월에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음 달에 기준금리가 상향 조정되면 지금까지의 하락 추세는 중단되거나 상승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연 3.3~3.4%대와 기준금리 연 2.5%(0.25%포인트 인상 가정)의 격차가 지나치게 좁기 때문이다. 통상 이 격차가 1%포인트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채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시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김일구 대우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세계경제 불확실성,국내 부동산시장의 불안 등을 감안하면 한은이 상당 기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처럼 10월에 기준금리가 동결된다면 한 차례 더 '쇼크'가 발생해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04년 12월7일 연 3.24%가 사상 최저로 현재와 비교해 0.2%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자금시장에선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달 들어 14일까지 은행권 저축성예금은 6조4299억원 늘어났다. 주식형펀드에선 자금이 계속해서 유출되고 있으며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