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이 해태음료 인수를 추진한다.

23일 식음료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해태음료에 대한 투자의향서를 매각 주관사인 영국 금융사 바클레이즈에 제출했다. 해태음료 지분 58%를 갖고 있는 일본 아사히맥주는 해태음료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자 지난달 매각 방침을 선언하고 인수 대상업체 물색에 나섰다.

아사히맥주 측으로부터 투자 참여를 요청받은 대상 동아오츠카 등 대부분의 식음료업체들은 사업중복 등의 이유로 해태음료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동원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원그룹이 해태음료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기존 주력사업인 참치 부문에 음료사업을 더해 종합식품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되고 있다. 해태음료의 주력 제품인 오렌지주스와 동원F&B 음료 부문의 주력인 녹차 홍차 등이 서로 겹치지 않아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점도 인수 참여 배경으로 꼽힌다.

동원그룹이 해태음료(작년 매출 2600억원)를 인수하면 단번에 음료 매출 규모가 3000억원을 넘어서며 국내 음료시장 3위로 올라서게 된다. 차(茶)를 중심으로 음료사업을 펼치고 있는 동원F&B의 지난해 순수 음료 매출은 280억원 선에 불과했으며,생수 매출 380억원을 더해도 660억원 수준이었다. 해태음료를 손에 넣으면 동원 음료 부문 매출은 3200억원대로 커져 3조6000억원(작년 기준) 선인 국내 음료시장에서 9% 정도를 점유하게 된다. 음료시장 1위는 롯데칠성음료(점유율 33.0%),2위는 코카콜라음료(16.8%)다.

시장에선 동원그룹의 해태음료 인수작업 시 해태음료의 적자와 부채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해태음료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데다 부채 규모도 만만치 않아서다. 해태음료는 2005년 매출 3184억원에 161억원의 적자로 전환한 뒤 2006년엔 매출 3086억원에 순손실 253억원,2007년엔 매출 3069억원에 순손실 228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2008년 매출이 2884억원으로 3000억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적자폭이 480억원으로 커졌고,작년 순손실도 429억원에 달했다. 이런 매출 감소로 2000년대 중반까지 10%를 넘었던 해태음료의 시장점유율도 작년엔 7%대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작년 말 부채 총계가 2129억원에 달해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본 총계가 440억원에 불과하다.

동아오츠카 웅진식품 등 음료시장 후발업체들이 해태음료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음료업체 관계자는 "해태음료의 강점은 오렌지주스 2위 브랜드인 '썬키스트'와 전국적인 영업망 등 두 가지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부채 규모가 너무 크고 갈수록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어 이미 음료 판매망을 갖추고 있는 기업에는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