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정보기술(IT)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기업 역사상 최저 금리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미국 경기 회복세 둔화로 더블딥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MS와 같은 우량 기업 채권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MS는 이날 3년 · 5년 · 10년 · 30년 만기로 총 475억달러(약 55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 중 3년 만기로 발행한 10억달러어치 채권 금리는 0.875%였다. 1970년 톰슨로이터가 기업 채권 금리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금리다. 최고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3년 만기 미 국채와 금리차는 25bp(0.25%)에 불과하다.

◆보유현금 쓰기보단 싼값에 채권 발행

MS는 지난해 5월 창립 36년 만에 처음으로 채권을 발행한 뒤 세 번에 걸쳐 채권을 발행했다. 이번 발행은 배당금 지급 및 자사주 매입을 위한 현금 마련을 위해서다.

MS는 총 368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한 세계 최대 현금 부자 기업 중 하나다. 그러나 전체 보유 현금 중 상당수가 해외에 묶여 있다. 미국 투자회사인 ISI그룹 조사에 따르면 MS의 보유 현금 중 75%가 해외에 있다. 이를 미국 내로 옮길 경우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MS는 세금을 내고 해외에서 현금을 가져오는 대신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로 채권을 발행했다. MS는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최고 신용등급 'AAA'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최근 경기 회복 둔화세로 인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에 채권을 판매하는 데도 걱정이 없었다. 이번에 MS가 발행한 5년 만기 채권 금리도 미 국채 5년물과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가 40bp에 불과했다. 10년 만기 채권의 스프레드도 83bp에 그쳐 미 국채와 금리차가 1%를 넘지 않았다.

◆주식보단 안전자산인 채권에 돈 쏠려

최근 글로벌 저금리 기조 와중에 채권을 발행하는 업체는 MS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IBM도 1%의 낮은 금리에 3년 만기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MS의 0.875% 금리 이전까지 사상 최저치였다. 세계 2위 컴퓨터 제조업체인 휴렛팩커드(HP)도 올해 1.125%의 금리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미 국채 금리가 추락하면서 우량 기업의 채권 금리도 함께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 금리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몰려 채권 수요가 급증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회복을 위해 연내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재가동할 것이란 분석도 채권 금리 하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FRB가 계획 중인 양적완화 정책은 시중의 채권을 대량으로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향후 미 국채와 우량 기업들의 채권 금리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