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가 시작된 지난 21일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예상치 못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도심 곳곳의 도로는 물론 주택 상가 등이 침수되고 지하철 일부 구간이 마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명절을 준비하던 사람들과 추석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물폭탄'으로 망가진 삶의 터전 앞에서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사람이 수해로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겪게 된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다.

이처럼 피해가 커진 것은 이날 기습적으로 쏟아진 비가 시간당 최대 100㎜에 달하는 등 불과 한두 시간 동안 호우가 집중되면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9월 하순 강수량으로는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날 강수량은 서울 부천 하남 광명 등 수도권 일대에서 대부분 250㎜ 안팎에 달했고,서울 도심 일부에서는 300㎜에 육박했다. 이로 인해 서울의 상징인 광화문 사거리 일대는 흙탕물로 가득찬 호수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마침 추석연휴를 맞아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휴무인 상태여서 신속히 수해 복구현장에 투입될 수 없었던 점, 빗물 펌프가 제때 작동되지 못한 점 등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물론 이번 폭우가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컸고 관공서의 늑장대응까지 겹쳐지기는 했지만,무엇보다 수해의 가장 큰 원인으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하수 인프라를 손꼽지 않을 수 없다. 서울 도심이 삽시간에 물바다가 된 것은 과거의 강수기록을 근거로 대부분 하수관들이 시간당 최고 75㎜ 정도의 비에 대비해 만들어진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용능력을 넘어선 물이 순식간에 들이닥치니 하수관이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역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폭우와 같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난 사태가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우리나라의 기후가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예전의 데이터가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도심 하수관 역시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해 용량을 키우고 자연재해 대응 시설을 미리 확충하는 등 대비를 서둘렀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으려면 각종 재난 예방 인프라 및 대책을 근본적으로 재점검,정비함으로써 자연 재해에 인재(人災)까지 겹쳐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막아야 할 것이다. 당장 하수관부터 더 큰 용량으로 정비해야 한다. 이제 수해 냉해 폭설 폭우 강풍 가뭄 등이 언제 또 얼마나 가공할 위력으로 닥칠지 모른다. 태풍 곤파스가 서울과 중부지방을 쑥대밭으로 만든 게 불과 얼마 전 아닌가. '디자인 서울'도 좋지만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서울'이 더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