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에 한국도 휘말리나] 뉴욕 간 원자바오, 화해 손짓…美의회는 '위안화 제재' 압박
중국의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21일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6997위안에 고시했다. 1994년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6.7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이달 들어 이틀만 빼고 계속 오른 위안화 가치의 상승률은 1.6%에 달한다.

최근의 급격한 오름세는 "위안화 환율에 관한 (미국 등과) 이견은 쉽게 해결될 것"이라는 지난 21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원 총리는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다음 날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위안화 환율 때문이 아니라 미국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에 대해 천밍춘 홍콩 현대중국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에 최대한 성의를 보이면서 위안화 문제가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 대규모 구매사절단을 보내기로 한 것도 뿔난 미국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원 총리는 실제 지난 22일 뉴욕에서 가진 현지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만일 위안화가 20~40% 오른다면 얼마나 많은 중국 회사가 도산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이 도산하면 수많은 실업자가 생기는데 중국은 그것을 소화해낼 능력이 없다"며 급격하고도 큰 폭의 위안화 절상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중국은 미국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더 이상의 기대는 곤란하다는 뜻을 명확히 한 셈이다.

문제는 미국의 태도가 강경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 하원은 23일(현지시간)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 정책을 수출보조금으로 간주,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하원의원 435명 가운데 민주와 공화 양당 의원 133명이 공동 발의해 제출된 법안이다. 우선 하원 세입위원회가 법안을 검토한 뒤 통과시키면 다음 주 중 하원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22일 성명을 통해 "미국 기업 및 근로자들이 좀 더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의회가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산업계 요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글로벌 서비스 서밋'에서 "중국에 요구하는 바는 규정에 따라 행동하고,우리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양국 간 위안화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국은 "양국의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원 총리)라며 중국 경제에 타격이 가는 게 미국에도 이롭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에선 어떤 형태로든 중국의 양보를 받아내는 전과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양측 모두에 부담이 커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