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댜오위다오(釣魚島 · 일본명 센카쿠 열도) 영유권 문제로 대립해온 일본에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하이브리드카 등 첨단제품의 생산에 꼭 필요한 희토류 금속의 대일 수출 금지 카드를 만지고 있다.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도요타에 대해서도 '불법 혐의'가 있다며 조사키로 했다. 일본에 대한 부분적인 관광금지령도 내려졌다. "일본이 계속 실수한다면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란 말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영유권 분쟁은 산업 전반에 걸친 경제 전쟁으로 번지며 총과 대포만 없는 전면전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인다.

중국은 희토류 금속의 대일 수출을 금지시킴으로써 일본 첨단산업의 급소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일본은 필요한 희토류의 거의 전량을 중국에서 들여다 쓰고 있어 중국이 실제로 금수 조치를 내렸다면 당장 하이브리드카,LCD(액정표시장치) 등 첨단제품 생산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일본에 현실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초강력 카드"(박한진 KOTRA 베이징KBC 부장)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희토류 금속은 중국 네이멍구와 함께 미국 마운틴 패스 광산에 주로 묻혀 있지만 미국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로 채굴하지 않고 있다"며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에 소량씩 묻혀 있으나 채굴 능력이 떨어지고 운반비가 많이 드는 단점이 있어 일본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금지로 일본 첨단산업의 목줄을 죄는 한편 일본 산업의 대표 브랜드에 대한 공격에도 나섰다. 항저우시 사법당국은 일본 도요타의 중국 내 영업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며 이를 조사하기로 했다. 항저우 사법당국은 도요타의 판매상 3명을 소환할 방침이다.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중국에선 관례라는 이름으로 부정행위가 일반화돼 있어 만일 작정하고 덤비면 안 걸리는 업체는 별로 없을 것"이라며 "이번 도요타에 대한 불법 행위 조사도 일종의 경고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에 대한 전방위 사정이 실시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일본 관광금지령을 내려 사방에서 일본을 죄어들어가고 있다. 일본은 중국 관광객 특수를 노려 비자발급 요건을 완화하고 항공기 증편을 검토하는 등 올 들어 중국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왔다. 그런 상황에서 여행 제한 조치를 꺼낸 것이다.

베이징의 또 다른 전문가는 "중국이 그동안 말로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일본은 나포 선박의 선장에 대한 구금기간 연장으로 대응해 갈등이 커졌다"며 "중국이 산업 분야에서 전방위 압박을 가함으로써 양국 관계는 단기적으로 사실상 국교가 단절된 상황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이 같은 초강수는 댜오위다오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행동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댜오위다오에서 밀릴 경우 베트남 등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이란 계산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환구시보는 "공은 일본에 넘어갔으며 앞으로 사태는 일본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은 "댜오위다오는 중국이 대만과 동급으로 분류한 핵심 이익 지역"이라며 "일본이 중국의 조치에 대해 반발할 경우 더 강력한 중국식 일본 제재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