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美 영향력 확대 기회"…WSJ "中 외교 실패"

최근 중국이 주변국들과 안보 문제 등으로 대립하는 가운데 미국이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22일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아시아에서의 '기회'를 적극 활용할 태세라며 "워싱턴이 중국과 동아시아 국가 간 영토 분쟁의 한가운데로 뛰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특히 미국이 중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응, 남한과 해상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중국이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 열도) 문제로 일본과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일본을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로 다시 밀어 넣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뉴욕에서 베트남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들과 만나 "남중국해에서 권리를 주장하는 어느 쪽도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거나 이를 사용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국방대학원(ADFA)의 칼 테일러 교수는 미국이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는 국가들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주변 지역에서) 크게 달라진 분위기를 목격하고 있다. 중국 위협론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정세 전문가들은 티베트에서 남중국해까지 주권 및 영토 보전이 중국 민족주의자들의 최우선 과제지만 바로 이 문제가 중국의 패권국 도약을 가로막고 주변국과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국립대 황징 교수는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을 예로 들면서 "일본은 미국의 품에 더 안기고 미국과 동맹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사태 후 미국의 서해 훈련 계획에 대한 중국의 격렬한 반대가 오히려 한미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NYT는 미국 관리들이 중국의 해군력 강화를, 중국 측은 미국의 봉쇄 전략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런 와중에 '중국의 의도'를 의심하는 아시아 국가들은 자연스레 미국을 동맹으로 여긴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도 23일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이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영토 분쟁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밀어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오바마 대통령과 아세안 정상들의 만남을 '대(對)중국 저항'의 최신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최근 일본이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중국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대북 비난에 동참하지 않아 한국과 관계가 소원해졌다면서 주변국들의 이 같은 반발이 '중국의 광범위한 외교 실패'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집중해 온 미국이 최근 들어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중국과 대립하면서 미-중 경쟁 구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 소재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동남아시아 전문가인 어니스트 보워는 "미국의 지지를 받는 일본과 한국, 동남아시아가 신흥 중국을 관리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 영토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할 것이라는 보도에 주목하면서 중국과 주변국 간 갈등 양상을 자세히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hanarmd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