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모멘텀 살리는 투자] 산업생산·소매판매 높은 증가세…8월 경제지표 '서프라이즈' 행진
한 달쯤 전만 해도 중국경제의 장래에 대해 신중론이 상당했다. 상반기 10%를 웃돌던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이 3분기 들어 한 자릿수로 크게 낮아지자 경기급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던 것이다. 하지만 점차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여러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연착륙을 향해가는 과정에서의 진통에 불과하며 큰 틀에서 볼 때 중국경제는 순항 중이라는 평가가 우세해졌다.

이달 초 발표된 8월 거시경제지표들이 이 같은 후한 평가를 부르는 계기가 됐다. 대부분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양호한 성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주이환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8월 경제지표는 서프라이즈 행진의 연속"이라고 평했다.

실물경기를 대변하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가 높은 증가세를 보인 점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수출증가율이 하락한 탓에 당초 8월 산업생산증가율은 7월의 13.4%보다 낮은 13.0%로 예상됐지만 발표치는 13.9%에 달했다. 민간 소비확충으로 수출둔화세를 상쇄해 경제를 연착륙시키겠다던 중국정부의 정책방향이 성공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17.9%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 소매판매증가율이 18.4%로 7월(18.0%)보다 높아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물론 긍정적인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가 가장 경계하는 통화량(M2)증가율이 높아진 대목은 부담이다. 8월 통화량 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 19.2%로 7월(17.6%)보다 크게 높아졌다. '지표 개선'의 이면에 대폭적인 통화량 증가가 자리잡고 있다는 뜻으로,통화량을 억제하면 지표 개선도 중단될 것이란 우려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5%로 치솟으며 22개월 만의 최고를 기록한 점도 걱정거리다.

하지만 주이환 이코노미스트는 "긴축정책이 강화되지 않을 경우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언제든지 높아질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것 자체가 큰 성과"라고 말했다.

박매화 한화증권 연구원도 "최근의 경제지표는 중국 정부의 의도대로 경기가 연착륙하고 있으며,지금의 정책방향을 바꿀 만큼 심각한 상황은 없다는 걸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또 이처럼 호전된 지표가 역설적으로 금리인상 등으로 이어져 성장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 너무 걱정할 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주희곤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연중최고를 기록해 금리인상 우려가 대두되고 있지만 농산물 값이 안정된데다 위안화 절상으로 수입물가도 하락세여서 4분기부터는 진정될 수 있다"며 "연내 대출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낙관론이 높아지긴 했지만 앞으로 1~2개월 내 발표되는 지표들이 중국 경제의 앞날을 점치는 데 있어 중요하기 때문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27~30일께 발표될 8월 경기선행지수에서 반등조짐을 읽을 수 있느냐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또 내달 열리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내용과 21일 발표될 3분기 경제지표에서 더 확실한 윤곽을 드러낼 것이란 분석이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