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시세가 사상 최고가 행진을 거듭하며 온스당 1300달러선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위기 재발 우려와 달러화 약세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12월물은 전날보다 4.20달러(0.3%) 오른 온스당 1296.30달러로 마감했다. 22일에는 런던금시장연합회(LBMA)에서 금 현물이 온스당 1293.50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 美-유럽 경제불안과 달러화 약세가 금값 상승 견인
이같은 금값 상승세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위기 우려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부추긴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3일 미국 노동부는 지난 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전주대비 1만2000명 증가한 46만5000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45만명)를 뛰어넘은 수치다.

또한 9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대비 2.3 하락한 53.6, 아일랜드의 국내총생산(GDP)은 시장의 예상보다 악화된 마이너스 1.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증시는 모두 하락세로 마감했다. 미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72% 하락한 10662.42, 유럽시황을 나타내는 FTSE 유로퍼스트 300지수는 0.1% 떨어진 1065.92로 장을 마쳤다.

이처럼 경기불안이 지속되며 미국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 또한 금시장을 향한 안전자산 투자를 늘리고 있다.

조태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저금리를 이어가고 양적완화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며 "이때문에 금선물시장, ETF, 골드바 등 금 투자수요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달러화 약세도 금값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미 달러화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 달러화대비 엔환율은 0.03엔 상승한 84.56엔, 유로화대비 달러환율은 0.0005달러 하락한 1.3312달러를 기록했다.

◆ 금값, 1300달러 이상 폭등은 없을 것
국제 금값이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시장에선 금값의 '꼭대기'가 어딘가를 두고 여러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독일의 최대 자산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지난 10일 보고서를 통해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으로 4·4분기 금값이 1400달러선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15일 로이터통신에 "최근 금값에 거품이 꼈다.지금과 같은 상승세가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은 금값 폭등설에 제동을 걸었다.

조태훈 삼성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금값은 산업, 곡물, 에너지 등 다른 원자재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돼 있다. 금시장에 과열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 연구원은 "국제 금값이 1300달러까지 오를 여지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1200선에서 박스권을 보일 것"이라며 "지금 정도 수준에서 강세를 보일 듯하다"고 예상했다.

또한 선성인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금값이 예전처럼 900달러대로 폭락하진 않겠지만 시장에서 나오는 전망처럼 1400달러대까지 치솟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한경닷컴 강지연 인턴기자 ji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