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산이 많은 나라다. 오랜 세월을 두고 사람들이 험한 산을 지나다니면서 자연스레 길이 뚫린 곳이 많다. 구불구불한 길을 끼고 마을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다. 자연 하천을 따라 거미줄처럼 연결된 우리나라의 길은 확실히 낭만을 넘어 사람을 잡아끄는 그 무엇이 있다. 그런데 현대 들어 도시가 팽창하면서 산을 깎고 도로를 만들다 보니 가슴에 담아둔 그리움의 장소까지 경사가 급한 비탈길로 수없이 재탄생됐다.

땅은 생긴 모양새에 따라 독특한 개성을 지닌다. 경사가 급한 도로변에 지어진 건물은 사람에서 복을 주기보다는 화를 주기 십상이니 조심해야 한다.

몇 년 전 서울 강남에서 끔찍한 사고가 났던 적이 있다. 밤에 내린 눈이 도로를 살짝 덮고 있는 상태에서 역삼동에 사는 W씨는 평소대로 출근을 위해 자가용을 몰고 나왔다. 대중교통을 이용할까도 생각했으나 좁고 비탈진 도로를 한참 걸어 내려가야 지하철을 탈 수 있기에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경사진 도로를 차가 몇 십m 달릴 때였다. 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6m 아래에 있는 편의점 건물을 받았다.

이 사고로 W씨는 두개골이 골절돼 현장에서 사망했다. 편의점도 대파됐음은 물론,카운터에서 일을 보던 주인도 중상을 입고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그만큼 경사진 도로엔 사고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회사 사옥으로 쓰는 건물이라면 돈이 쌓이지 않고 도망을 가 도산하기까지 한다. 경사진 도로변에 지어진 건물은 건물 안에 생기(生氣)가 머물기 어렵고 재물 운도 약하다. 재물은 물을 따라 흘러다닌다. 도시에선 도로를 물길로 보기 때문에 경사가 급한 터는 재산을 관장하는 물 역시 속절없이 흘러간다.

또한 경사가 급한 도로에 인접한 땅은 건물 짓기가 여간 골치 아프지 않다. 출입구를 내기 어렵고 계단을 설치하려고 해도 형태가 똑바르게 나오기 어렵다. 따라서 사업에 성공하려면 경사가 급한 도로가의 건물이나 빌딩은 입주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건물은 그것이 크든 작든 '내가 사업을 하는 곳,회사의 임직원이 모여 있는 곳'이다. 따라서 건물의 기본은 입주한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사람에 중심을 두고 친인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사람을 배제한 채 심미안,경제성,거주 편리성만을 강조해 지은 건물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따라서 회사와 사업이 영구적으로 성공과 발전을 거듭하려면 임직원들이 근무하는 건물이 과연 사람에게 이롭고 재물 운이 많은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