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후반기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에 변화가 감지된다. 청와대 중심의 속도전과 대국민 설득,다양한 정책드라이브로 요약되는 전반기의 기조와는 사뭇 다르다. 일을 벌이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에 치중하고 부처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속도조절도 눈에 띈다. 아울러 정책과 현장민생 방문을 연계하고 설득에서 경청모드로 가는 동시에 친서민 정책에 민간기업의 동참을 적극 유도하는 노력이 뚜렷하다.

청와대 참모는 24일 "국정 전반기에는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는 바람에 모든 분야에 걸쳐 판 자체를 뒤엎고 아젠다 세팅을 새로 해야 했다"며 "그러다 보니 이 대통령이 '진두지휘형' 리더십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견인하는 리더십'으론 한계가 있다"며 "이제 '함께,더불어' 리더십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비상경제대책회의,국가고용전략회의,교육개혁회의,경쟁력강화위회의 등을 통해 전면에 나섰다. 그렇지만 앞으론 일상적인 운영들은 일선 부처에 맡기고 이 대통령은 공정사회를 위한 서민정책 등 국정 핵심 아젠다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자연 부처가 국정운영 중심축이 된다. 청와대 참모들은 중간 조율 역할에 머물고 결론은 관계부처 장관이 내기로 했다. 지난달 발표된 부동산 대책 마련 과정에서 이 같은 지침이 적용됐다. 당초 대통령 주재의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결정하려 했으나 관계부처 장관들의 끝장토론 방식으로 변경했다.

청와대는 또'호흡조절'로 가고 있다. 정권 초반 이 대통령은 "시간이 없다"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속도전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으나 이제는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깊이 분석한 다음에 결정하는 심사숙고형이 필요하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판단이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중도 하차시킨 것은 '경청모드'의 결과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2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및 상임위원장단 초청 만찬,내달 1일 한나라당 의원과의 만찬 등을 계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일자리 없는 성장 속에서 우려되는 신양극화를 극복하고 나눔과 봉사를 확산시키기 위한 민간기업 동참을 유도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계획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