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가 제2의 그리스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제 그리스발 위기 전염이 아니라 아일랜드발 전염에 신경써야 할 때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 아일랜드가 지난 2분기에 예상 밖의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AF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24일 아일랜드통계청 발표를 인용,"아일랜드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에 1.2% 위축된 것으로 집계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유럽 재정위기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아일랜드는 2분기에 GDP가 0.5%가량 증가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실제 결과는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였다. 아일랜드통계청은 지난 1분기 GDP 증가율도 기존 2.7%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국민총생산(GNP) 역시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0.3% 감소했다. 이 같은 지표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일랜드가 경기침체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아일랜드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침체 속으로 빠져드는 내용의 경제지표를 내놓자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선 "아일랜드가 유럽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지난해 말부터 올초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던 그리스발 재정적자 위기가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등 유로존 변방으로 번질 것이란 '전염'우려가 되살아난 셈이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14.3%에 이르고,정부 부채 규모도 GDP의 64%에 달하는 등 재정 상태가 유럽 최악 수준인 데다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가 작아 재정적자 위기가 국가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스틴 휴 KBC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적자 문제는 소규모 경제권에 더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10년물 아일랜드 국채와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간 수익률 격차는 10년래 최대 규모로 벌어졌다. 아일랜드 국채는 23일 독일 국채에 비해 4.25%포인트 높게 거래됐다. 국가의 부도위험을 보여주는 아일랜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38bp 올라 사상 최고치인 425bp를 기록했다. 가일스 워트 시티인덱스 애널리스트는 "아일랜드의 2분기 지표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면서 유럽 경제 전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아일랜드 금융권이 이미'수십억 유로를 집어삼킨 무덤(billion-euro grave)'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구제금융 자금이 추가로 투입돼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2008년 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금융위기를 겪은 아일랜드는 위기 이후 앵글로아이리시은행을 비롯해 5대 은행 중 4개를 국유화하는 과정에서 부실을 메우느라 GDP의 20%가량인 330억유로의 빚을 졌다. 하지만 금융권은 여전히 부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일랜드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에 자금 지원을 요청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아일랜드 재무부는 "아일랜드가 외부 지원에 의존할 것이라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우려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CMA데이터비전의 조사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국가부도 확률은 34.24%로 베네수엘라 그리스 아르헨티나 파키스탄에 이어 세계 5위다. 벤 메이 캐피털이코노믹스컨설턴시 애널리스트는 "아일랜드 2분기 지표는 아직도 세계 경제가 회복을 향해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