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5년 전 수준인 40%에 근접했다. 주택시장 침체로 집값은 떨어지고 내집마련 늦추기로 전세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은 올랐기 때문이다.

24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가율은 39.77%로 2005년 4분기 41.01% 이후 4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도 43.46%로 2006년 1분기 43.99%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서울에선 서대문구가 49.94%로 조사된 것을 비롯해 동대문구(47.63%) 관악구(47.55%) 중랑구(47.03%) 등의 전세가율이 높았다. 이들 지역은 전용 85㎡ 이하 중소형이 많아 집값이 덜 떨어진 데다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최근 전셋값이 올라 전세가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동대문구 장안동 정은스카이빌 전용 54㎡(중간층 기준)는 전셋값이 1억4000만원으로 매매가(1억8000만원)의 77.8%에 이른다. 도심과 가까운 서대문구 충정로3가 충정로대림리시온 전용 43㎡ 전셋값도 매매가 1억8000만원 대비 72.7%인 1억3000만원으로 나타났다. 1억7000만원인 서대문구 홍제동 성원아파트 전용 41㎡도 전세가율이 64.7%다.

반면 매매가가 높은 주상복합아파트가 몇 년 새 들어선 용산구는 32.63%로 전세가율이 서울지역에서 가장 낮았다. 아파트값이 비싸거나 재건축 추진으로 매매가 대비 전셋값이 싼 강남(33.62%) 강동(34.32%) 송파(35.96%) 서초(36.54%)도 전세가율이 30%대에 그쳤다.

경기도에서도 중소형 평형이 많은 곳의 전세가율이 높았다. 평택시가 55.98%로 가장 높았고 안성(51.59%) 오산(51.3%) 수원(50.63%) 등이 50%를 넘었다. 매매가가 높은 과천시(30.4%)와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집중돼 한동안 전셋값이 곤두박질쳤던 파주(35.12%) 양주(36.12%) 용인(37.5%)도 40%를 밑돌았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외환위기 이후 집값보다 전셋값이 덜 떨어져 2000년 초까지 50~60%대를 유지했다. 이후 2002~2006년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매매가가 급등하면서 전세가율은 40%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올 들어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기지역 중심으로 최근 40%대를 넘어섰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본부장은 "가을 이사철이 마무리되는 내달 중순까지 전셋값 오름세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전세가율도 높아질 것"이라며 "시장 전망이 불확실해 전셋값 비중이 높아졌더라도 매수에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