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를 이끈 '투톱'이었던 자동차주와 정보기술(IT)주가 뚜렷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 들어 부진했던 자동차 관련주들은 엔화 강세와 실적개선에 힘입어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며 주도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대표주들은 3분기 이후 업황 둔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맥을 못추고 있다.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은 자동차주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조정하며 추석 이후 상승장을 이끌 주역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IT주가 당분간 조정국면이 불가피하지만 가격 매력이 살아나고 있어 4분기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현대차그룹 '3인방' 사상 최고가

추석 연휴를 마친 후 첫 거래일인 24일 코스피지수는 13.97포인트(0.76%) 오른 1846.60에 마감해 하루 만에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날 미국 증시가 고용지표 악화로 하락했다는 소식에 약세로 출발한 지수는 외국인이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상승세로 반전했다.

종목별로는 외국인 매수세가 몰린 자동차주의 강세가 단연 돋보였다. 현대차(3.86%) 현대모비스(5.11%) 기아차(5.60%) 등 현대차그룹 '3인방'과 부품주인 세종공업(3.20%) 평화정공(5.97%) 등이 동반 상승하며 일제히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한일이화(5.18%) 성우하이텍(7.06%) 등 부품주들도 급등했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 1~3위는 기아차 현대차 현대모비스 순으로 온통 자동차주였다.

기아차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7689억원 불어나 ㈜LGLG전자를 한꺼번에 끌어내리고 시총 11위로 올라섰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추석 연휴 동안 미국에서 양적완화 정책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데다 엔화가 장기간 강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그 수혜주인 자동차주가 주도주로 급부상했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2.89%) 대우조선해양(3.87%) 삼성중공업(3.55%) 등 조선주도 강세였다.

반면 삼성전자(-2.31%) 하이닉스(-4.52%) 삼성전기(-3.69%) 등 주요 IT주들은 실적둔화 우려에 동반 급락했다. 지난주 최고경영자(CEO) 교체 효과로 10만원 선을 넘어섰던 LG전자도 3.84% 떨어진 9만7600원까지 밀렸다. 하이닉스는 JP모건증권이 이날 목표가를 2만50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낮춘 보고서를 내놓은 탓에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매도물량이 쏟아졌다.

◆당분간 자동차주가 '원톱'

자동차주와 IT주는 올해 상반기 상승장을 함께 이끌며 '환상의 짝꿍'으로 불렸지만 4분기를 앞두고 전혀 다른 처지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주가 실적개선을 앞세워 지수 1800선에서 추가 상승을 주도하는 동안 IT주는 바닥을 다지며 체력을 비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이날 자동차 업종 보고서를 내고 "현대차 3사가 장기 성장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신차 출시와 해외 경쟁력 강화에 따른 수익성 개선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여전히 낮다"고 평가했다. 이 증권사는 현대차 목표주가를 17만5000원에서 20만원으로,기아차 목표가를 4만원에서 4만4000원으로 각각 올렸다. 현대모비스는 23만3000원에서 30만7000원으로 대폭 높여 잡았다. 앞서 지난 21일 무디스가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 것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와 달리 IT주의 단기 전망은 밝지 못하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9월 상반월(1~15일) 컴퓨터용 D램 고정가격은 7% 하락해 당초 하락 예상치(5%)를 넘었다.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도 여전히 하락세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IT보다는 자동차 업종의 글로벌 수요가 우위에 있다"며 "다만 일부 우량 IT주는 가격조정이 충분히 이뤄져 10월부터는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해영/강지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