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8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조성한 이유는 1997년 말 외환위기와 2000년 말 대우그룹 붕괴 등 경제 시스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두 사건이 마무리되고 경제 상황이 호전된 2001년 이후부터는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연 어느 수준까지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게 옳은가를 둘러싸고 적지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자비용까지 회수해야만 공적자금을 온전히 회수했다고 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일부에서는 경제시스템 안정에 기여했다는 무형의 효과를 감안하면 100%회수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금융산업 · 경영연구실장은 "이론적으로만 보면 공적자금을 회수할 때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는 게 맞다"며 "다만 이자율을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일된 기준을 정하기 어려운 게 사실인 만큼 이론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공식적으로 투입된 원금(168조6000억원)만을 따져 회수율을 발표한다. 만약 공적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발행한 각종 채권에 대한 이자(약 48조5000억원)까지 포함시키면 공적자금 규모는 217조원으로 늘어난다. 회수율은 50%이하로 낮아진다.

공적자금은 그 자체로 시장안정에 기여를 하는 만큼 원금회수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공적자금은 이미 망가진 시스템을 원상복구하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에 회수보다는 투입할 때 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입시기와 방법을 잘 선택해 투입규모를 최소화하면서 최대 효과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공적자금 회수에는 명시적인 원칙이 없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란 암묵적인 공감대는 있으나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보긴 어렵다. 최상목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는 가능하면 많이 회수하자는 것이지 지원금 대비 회수액 몇 퍼센트 식으로 목표 비율을 정해 평가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방법을 출자나 부실채권 매입과 같은 직접적인 방식에서 상환우선주나 후순위채 매입 등과 같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공자위 관계자는 "출자는 나중에 지분매각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경제에 불필요한 충격을 줄 수 있다"며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등에서 보듯 금융회사들의 자본 확충이 가능하면서도 긴급자금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상환우선주 또는 후순위채 매입 방식이 갈수록 선호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호기/안대규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