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는 시세차익보다 개발을 통해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

김진현 한국부동산칼리지 원장(54)은 지난 25년간 부동산 투자에 개발 개념을 접목시켜 고수익을 올려온 실전투자자이자 재테크 전문 강사다. 그의 투자기법은 부동산을 싼값에 사들여 높은 값에 되파는 단순한 투자와는 거리가 있다. 매입한 부동산을 주변 환경에 적합한 상품으로 개발해 높은 수익을 얻는다. 그는 "인구감소를 앞두고 단순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질 것"이라며 "용도변경 리모델링 등 개발 개념을 도입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제TV 부동산고수에게 듣는다] "부동산 침체기엔 시세차익보다 개발통해 가치 높여라"
◆부동산 자산관리는 부동산 개발부터

그는 용도변경,리모델링,지목변경 등을 통해 부동산의 가치를 높인다. 지목변경의 경우 토지 투자에서 주로 사용한다. 일반인들이 효용가치가 낮아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땅이라도 소유자가 그 땅을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는 게 김 원장의 지론이다. 예를 들어 건설이 진행 중인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변의 임야나 농지는 아직 저렴한 축에 속한다. 이를 매입한 후 건축허가를 받아 공장이나 창고를 지은 후 대지,잡종지 등으로 지목을 변경하면 고(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리모델링과 용도변경의 경우 경매나 공매와 병행하면 더욱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경 · 공매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낙찰받아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싸게 매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슬럼화된 건물을 싸게 낙찰받은 후 리모델링을 해 부가가치를 높인다. 일례로 과거 서울 방이동 대지면적 330㎡,건물 연면적 670㎡의 총 15세대가 거주하는 다가구주택을 낙찰받은 뒤 다세대주택으로 용도변경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

김 원장은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은 소유자가 관리를 포기해 건물 상태가 나쁜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내재가치가 높은 슬럼화된 건물을 낙찰받은 후 리모델링하거나 용도변경하면 짭짤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매투자에서도 그의 투자방식은 남다르다. 유치권 법정지상권 등의 성립 가능성이 있는 특수물건만 노린다. 일반 물건은 경쟁이 심해 별로 먹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근에는 서울 공릉동의 법정지상권 성립 가능성이 있는 물건(나대지 323㎡)을 7억2000만원에 낙찰받았다. 이후 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내 매각,투자금액 대비 3배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

그는 요즘 이런 투자 노하우를 강의를 통해 일반에 전수하고 있다. 한국경제TV 금융교육센터 와우파(www.wowfa.co.kr)와 한국부동산칼리지(www.koreacollage.co.kr )가 개설한 '부동산 자산관리' 교육과정이 그것.이 과정은 경매 재개발 토지 등 부동산 매입에서부터 관리 운영과 처분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자체의 가치를 증가시키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교육을 받은 학생이 실전 투자에 성공하는 것을 보는 게 큰 보람이다. 지난해 말 한 교육생은 그의 추천으로 서울 삼성동 다세대주택을 5억2000만원에 낙찰받았다. 그 물건은 유치권 신고가 돼 있는 빌라로 권리분석 상으로는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문제가 없는 특수물건이었다. 이 교육생은 그 다세대주택을 낙찰받은 지 3개월 만에 9억원에 매도해 4억원 이상(세전)의 고수익을 얻었다.

◆침체기 블루칩 부동산 선별이 필수

부동산의 내재가치를 강조하는 김 원장은 "앞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은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으로 극명하게 나뉘게 되고 환금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이 많아질 것"이라며 "블루칩 부동산을 선점해 투자수익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블루칩 부동산으로 서울시가 낙후지역 개발을 위해 시행 중인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수혜지역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동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수혜지역인 창동,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성수동 · 상암동,서남권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시흥동 등이다.

개발지역 부동산가격은 개발계획단계,착수단계,개발단계,준공단계 등 4단계에 걸쳐 상승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들 지역은 개발 초기 단계라 앞으로 시세가 상승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특히 그는 창동의 경우 개발계획이 구체화돼 있고 추진 속도가 빨라 유망하다고 봤다. 또 창동은 운전면허시험장과 창동 지하철 차량기지가 이전하고 랜드마크 빌딩이 계획돼 있다. 강북의 중랑천에는 2012년까지 한강을 연결하는 뱃길이 조성되고 유람선이 다닐 계획이다.

그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전략정비구역 중 한 곳인 합정동 일대도 추천한다. 당인리발전소가 이전한 후 공원으로 조성되면 합정동 일대의 주거환경이 쾌적해진다는 이유다.

이 지역은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한 차례 가격이 뛰었지만 구체적인 세부 개발계획이 발표되면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다만 전략정비구역 중 한 곳인 성수동 일대는 미래가치는 높으나 개발재료가 가격에 많이 반영돼 있다고 김 원장은 진단했다. 투자자금 부담이 많은 반면 기대수익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스스로 판단해 따져보라

김 원장은 입체적 분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흔히 투자자들은 3.3㎡당 매매가에만 많이 신경쓴다. 그러나 부동산 가치 판단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입지요인,용도지역,건폐율,용적률,도로여건 등도 고려해 종합적 · 입체적으로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원장은 "용도지역,용도지구,용도구역 등 여러 사항을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발급받아 확인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권리분석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매입대금을 지불하고도 가처분 등기된 사건,소송 사건 등으로 부동산을 빼앗길 수 있으므로 권리분석을 세밀하게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원장은 광운대 경영대학원 재테크 최고전문가과정 원장,서울지지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일자산관리 대표 및 한국부동산칼리지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경매의 비밀'이 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