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의 다나 페트롤리엄 인수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국내 기업의 첫 해외 적대적 인수 · 합병(M&A) 사례인 동시에 글로벌 자원개발 시장에서 블루오션으로 통하는 유럽,북아프리카 지역으로 거점을 넓혀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 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자원전쟁에서 세계 70위권 규모(작년 말 기준) 자원개발 기업인 석유공사가 대형 M&A를 성공시키면서 향후 M&A 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치밀한 사전전략이 성공 배경

석유공사의 다나 적대적 M&A는 치밀한 사전 인수 전략에 따라 진행됐다. 석유공사는 지난 6월 다나 이사회에 예비 인수 제안서를 전달했다. 세계 각국 간 자원 M&A 경쟁이 격화되는 중앙아시아와 중남미 지역을 벗어나 유럽과 북아프리카 지역으로 자원영토를 확대하려는 의도에서다. 다나는 작년 기준으로 영국 북해와 북서 아프리카 등 14개국 36개 지역에서 유전 광구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다나 측이 북해 유전탐사 성공을 회사 가치평가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반발,지난 8월12일 양측간 인수협상이 결렬됐다. 석유공사는 8월20일 주식 공개매수를 통한 적대적 M&A를 공식 선언하고 주식 매입에 돌입했다. M&A 자문사인 메릴린치를 통해 지분 48.62%를 갖고 있는 기관투자가 19곳으로부터 매매의향서(LOI)를 사전 확보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토머스 크로스 다나 페트롤리엄 최고경영자(CEO)가 주주들을 상대로 더 나은 인수조건이 나올 때까지 인수 동의를 미뤄줄 것을 설득했지만,주주들은 석유공사가 당초 다나 이사회에 제안한 인수가격보다 1파운드 높은 주당 18파운드를 제시한 것을 우호적으로 평가하며 주식 매매 동의서를 작성했다.

이에 당황한 다나 이사회는 석유공사의 적대적 M&A를 막아 줄 백기사를 찾지 못하자 이달 초 뒤늦게 인수 재협상을 제안했지만,주당 18파운드로 주식 매입가격을 고수한 석유공사는 다나 측 요청을 거절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일관된 M&A 전략과 공정한 회사 가치평가를 통해 적정 가격을 책정했고 다나 주주들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국내 첫 해외 적대적 M&A가 성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석유공사 대형화에 속도 붙을 듯

다나 인수로 석유공사의 해외자원 개발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은 "다나 페트롤리엄 이외에 해외 유망 광구 및 탐사업체 인수 등 추가 M&A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2008년 8월 취임 이후 자본금 확대와 해외 업체 인수를 통한 석유공사 대형화에 힘쓰고 있다. 해외 석유메이저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몸집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석유공사는 지난 해 페루 페트토렉,캐나다 하베스트,카자흐스탄 숨베 등 해외 자원탐사 · 개발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며 석유 자주개발률을 전년 5.7%에서 9.0%로 1년 만에 3.3%포인트 끌어올렸다. 이번 다나 인수로 석유 자주개발률은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인 10%대를 넘어서게 된다.

석유공사가 현재 17개국에서 확보한 47개 유전광구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13만배럴,매장량은 9억배럴이다. 석유공사 측은 지속적인 해외 M&A를 통해 2012년까지 원유 생산량은 30만배럴,매장량은 20억배럴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