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렉스턴의 가격을 크게 낮춘 모델을 내놨다. 2.0ℓ급 RX4가 주인공이다. 길이가 4735㎜에 달하는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2400만원대다. 현대자동차 베라크루즈 등 동급 차량보다 700만~800만원 저렴하다.

렉스턴 RX4의 외관은 종전 그대로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안정적인 정사각형에 가깝다. 투박하지만 튼튼한 프레임 차체의 정통 SUV 모습 그대로다.

가장 달라진 것은 엔진이다. 배기량 2700cc짜리 대신 2000cc짜리 엔진을 얹어 출력을 낮췄다. 대신 가격과 연비로 승부를 걸었다. 이 차의 연비는 ℓ당 11.2(4륜)~11.4㎞(2륜)다. 2.7 모델(ℓ당 10.7㎞)보다 연료 효율성이 뛰어나다.

다만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치고 나가는 맛은 떨어졌다. 최고출력이 현대차의 구형 쏘나타와 비슷한 148마력 정도다. 이를 놓고 답답해 할 소비자가 있겠지만,SUV는 기본적으로 고속 주행 목적이 아니란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렉스턴 RX4의 4륜 구동형을 선택하면 언덕이나 산길을 오를 때도 거침이 없다. 고속 주행 때 깎인 점수를 오프로드 주행 때 만회하고도 남는다. 창 밖으로 경유차 특유의 소리가 들리지만,창문을 닫으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렉스턴 RX4의 미덕은 일반 SUV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짐칸이다. 탑승객 공간도 넉넉하다.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고,운전대의 수동변속 막대(패들시프트)로 변속할 수도 있다. 특히 운전대에 붙여 놓은 비상 깜박이가 인상적이었다. 국내 도로상황에선 비상 깜박이를 켤 일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편의장치도 웬만큼 다 갖췄다. 운전자세 기억장치와 전자동 주차 브레이크(EPB),타이어 공기압 측정장치(TPMS),친환경 크루즈 컨트롤 장치,하이패스 시스템(ETCS),전 · 후방 장애물 감지장치 등을 장착했다. 차체가 다소 높아 여성이나 어린 아이들이 타고 내릴 때 불편한 점이 있었다. 내비게이션 화면이 무척 작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