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 항저우시에 있는 중국 최대 백화점 항저우다샤(杭州大厦).연 매출이 50억위안(약 8600억원)에 이르는 이 백화점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요즘 뜨는 '핫 브랜드'들의 집합소로 불린다.

지난 주말 방문한 항저우다샤는 명성 그대로 '잘 차려 입은' 중국인들로 북적거렸다. 2층 고급 여성복 매장에 올라서자 질 스튜어트,띠어리 등 유명 브랜드 사이로 SK네트웍스의 '오즈세컨' 매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52㎡ 규모의 점포는 20~30대 여성들로 가득했다. 매장에서 만난 진아이핑(金愛萍 · 32)씨는 "오즈세컨은 요즘 중국 멋쟁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라며 "한번 방문하면 보통 1만위안(약 172만원) 이상 들여 재킷과 블라우스 치마를 세트로 구입한다"고 말했다.

오즈세컨이 이 매장에서 올리는 매출은 월 2억5000만원 안팎.2층에 들어선 30여개 준(準) 명품급 여성복 브랜드 가운데 1위다. 위융(兪勇) 항저우다샤 부총경리는 "1층 명품관의 '키 브랜드'가 루이비통이라면 2층 고급 여성복 코너의 주인공은 오즈세컨"이라고 말했다.

오즈세컨은 오브제가 1997년 선보인 영 캐주얼 브랜드로,2008년 SK네트웍스가 오브제를 인수하면서 함께 넘어왔다. SK는 '고급 여성복으로 해외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월 오즈세컨을 중국 무대에 선보였다. 결과는 대성공.지난해 1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200억원을 넘길 태세다. 내년 목표는 350억원이다.

심규현 SK네트웍스 상하이패션법인장은 "오즈세컨의 인기 비결은 톡톡 튀는 디자인"이라며 "경쟁 브랜드가 내놓은 '단정하지만 재미 없는' 정장 스타일에 질린 중국 여성들이 장식적인 요소가 강한 오즈세컨에 열광했다"고 설명했다. 오즈세컨을 '엔트리 명품' 브랜드로 포지셔닝한 것도 주효했다. SK는 오즈세컨의 중국 내 판매가격을 한국보다 50~70% 높게 책정하고 '노 세일'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30만~40만원 선인 가을 재킷이 이곳에서는 50만~70만원에 팔린다. 명품만 구입하는 최상류층과 대중 브랜드를 사는 중산층 사이의 틈새를 파고든 것이다.

오즈세컨의 '중국 성공기'는 사실상 SK그룹이 중국에서 거둔 첫 성공 사례다. 이러다 보니 최태원 SK 회장이 "오즈세컨의 성공 스토리를 전 계열사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그룹 차원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용우 SK네트웍스 패션부문 글로벌브랜드사업부장은 "지난해 4000억원 수준인 패션 매출을 2020년까지 3조원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의 청사진을 마련했다"며 "매출의 절반을 국내에서 올리고 나머지는 중국 등 해외에서 거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SK네트웍스는 패션 부문 덩치를 키우기 위해 인수 · 합병(M&A)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새로 브랜드를 만드는 것보다는 오즈세컨처럼 실력을 검증받은 브랜드를 인수하는 방식이 보다 효과적이란 판단에서다. SK는 중국에서도 이런 전략을 쓸 계획이다. 심 법인장은 "현재 중국에서 이름 있는 여성복 업체 2곳을 대상으로 M&A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M&A가 성사되면 디자인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옷을 만드는 전 과정을 중국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항저우=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