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서민금융 정책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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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대부업체들이 요즘 연체 고객들에게 햇살론 대출을 받아 자기네 빚을 갚으라고 마케팅을 합니다. "(40대 직장인) "햇살론을 받아 스마트폰을 산 고객도 있더라고요. 우리 지점에서 햇살론 신청 고객 중 80%는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고객입니다. "(저축은행 지점장)
좋은 취지로 나온 정부의 서민금융 상품들이 엉뚱하게 활용되는 사례가 많다. 금융소외 계층의 자생력을 돕기 위해 정부가 미소금융 햇살론 희망홀씨대출 등 서민금융 상품을 잇따라 내놓았으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한 미소금융 수혜자는 기자에게 "동네에서 미소금융을 안 받으면 손해라는 소문이 퍼져 있다"며 "대부업체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려쓰던 사람들조차 미소금융으로 갈아타는 재테크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책금융의 혜택을 받기 위해 자신의 신용등급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금융의 혜택을 받으려면 신용등급이 낮아야 한다"며 "일부러 연체를 하거나 대부업체에 대출 문의를 여러번 하는 식으로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부업체들은 대출 원리금을 갚지 않고 있는 고객들에게 "햇살론을 소개해줄 테니 그 돈으로 대출을 갚으라"고 독촉하고 있다.
서민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내릴 경우 어려운 서민들은 돈을 빌릴 수 있는 길이 더 막힐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연 49%였던 대부업 최고 금리가 지난 7월 44%로 인하된 이후 자산규모 순위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A업체의 지난달 대출 승인율이 그 이전에 비해 5%포인트 정도 낮은 17%로 떨어졌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주도하는 서민금융 정책 확대가 금융회사들의 자발적인 서민금융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개별 금융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정부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서민금융의 공급 능력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서민의 금융소외 현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된 듯 보이는 것일 뿐,서민금융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대규 경제부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좋은 취지로 나온 정부의 서민금융 상품들이 엉뚱하게 활용되는 사례가 많다. 금융소외 계층의 자생력을 돕기 위해 정부가 미소금융 햇살론 희망홀씨대출 등 서민금융 상품을 잇따라 내놓았으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한 미소금융 수혜자는 기자에게 "동네에서 미소금융을 안 받으면 손해라는 소문이 퍼져 있다"며 "대부업체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려쓰던 사람들조차 미소금융으로 갈아타는 재테크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책금융의 혜택을 받기 위해 자신의 신용등급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금융의 혜택을 받으려면 신용등급이 낮아야 한다"며 "일부러 연체를 하거나 대부업체에 대출 문의를 여러번 하는 식으로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부업체들은 대출 원리금을 갚지 않고 있는 고객들에게 "햇살론을 소개해줄 테니 그 돈으로 대출을 갚으라"고 독촉하고 있다.
서민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내릴 경우 어려운 서민들은 돈을 빌릴 수 있는 길이 더 막힐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연 49%였던 대부업 최고 금리가 지난 7월 44%로 인하된 이후 자산규모 순위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A업체의 지난달 대출 승인율이 그 이전에 비해 5%포인트 정도 낮은 17%로 떨어졌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주도하는 서민금융 정책 확대가 금융회사들의 자발적인 서민금융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개별 금융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정부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서민금융의 공급 능력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서민의 금융소외 현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된 듯 보이는 것일 뿐,서민금융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대규 경제부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