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투자열기가 뜨겁지만 공모주의 상장 후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올해 신규 상장된 공모주는 52개(스팩,부동산리츠 제외)에 이르지만 이 중 55%인 29개 종목이 상장 후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공모주 청약에 돈과 시간을 들이고도 손실을 볼 확률이 높아 공모주 옥석가리기가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공모주를 고를 때 우선 기관투자가 배정분의 경쟁률을 눈여겨 볼 것을 조언한다. 기관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어가면 일단 안심할 만하다는 것이다. 또 같은 업종 상장 기업에 비해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나치게 높은지 여부도 공모주 투자의 핵심 체크포인트다.


◆기관 경쟁률 100 대 1 이상은 안심

공모주 청약의 가장 어려운 점은 기업가치와 비교해 공모가가 높게 산정됐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관의 움직임을 잘 살필 것을 조언했다. 기관은 많은 정보와 전문인력을 동원해 기업가치를 분석하므로 기관들이 몰리는 공모주일수록 상장 후 주가흐름이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기관 경쟁률은 공모가 산정을 위해 일반공모보다 1주일 앞서 진행되는 만큼 참조하기도 쉽다.

올해 공모주 중 기관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긴 종목은 유비벨록스(148 대 1),우진(143 대 1),현대홈쇼핑(102 대 1) 등 11개 종목.전체 공모주 중 19개 종목의 주가가 상장 후 5일 만에 공모가를 밑돌았지만 이들 종목은 공모가를 유지했다. 지금은 11개 중 3개 종목이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기관 경쟁률 100 대 1 이상인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2.56%로,공모주 평균 수익률(1.79%)을 크게 웃돌았다. 정인식 프리스닥 대표는 "기관 경쟁률은 공모 후 수급 흐름도 반영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늠자가 된다"고 말했다.

◆'뻥튀기 공모가'는 PER로 판단

주가와 주당순이익을 비교하는 PER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기업과 주관 증권사가 욕심을 부려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 PER도 같이 상승하므로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월 상장된 인포바인은 작년 3분기 실적 기준으로 PER 20.3배 수준인 3만3000원에 공모했으나 지난 24일 1만6450원으로 주가가 반토막났다. PER 23.4배 수준인 5200원에 공모한 인피니트헬스케어도 현재 공모가 대비 32.69% 하락했다. 또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 PER(9배)보다 높은 PER 수준에서 공모가를 결정했던 에스이티아이(13배)는 상장 후 주가가 69.83% 주저앉았고 이연제약(12배)도 31.52% 떨어졌다.

반면 현대홈쇼핑의 공모가는 작년 실적 기준으로 PER 9배로 책정돼 같은 업종인 CJ오쇼핑(12배)보다 크게 낮았다. 현대홈쇼핑이 상장 후 열흘 새 공모가 대비 38.89% 오른 요인이다.

◆벤처캐피털 물량 주의해야

상장 전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많이 받은 종목은 상장 후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 지난 6월1일 상장한 투비소프트가 대표적이다. 인텔캐피탈,JAFCO인베스트먼트,스틱인베스트먼트 등 3개 투자 회사가 보유한 투비소프트의 상환전환우선주 145만주(지분율 41.5%)가 모두 상장일에 보통주로 전환됐고,이 중 97만주(27.8%)는 상장 후 한달여 동안 매물로 나왔다. 상장일 1만8400원으로 공모가(8000원)의 두 배를 웃돌았던 투비소프트 주가는 한 달 뒤 8740원까지 내려왔고 지금은 6250원에 머물러 있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벤처금융회사의 투자일이 상장예비심사 청구일보다 2년 이상 앞서면 보호예수 의무가 없다. 3자배정 증자나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도 취득일 1년 이후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경우 역시 보호예수 의무가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 직후 시장에 풀릴 수 있는 기관 물량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경목/서보미/강현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