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300만원 이상 수입 거뜬…용접에 도전하는 여성도 늘어
인천의 중장비수입전문업체인 '인디아나존스무역'에서 근무하는 9년차 직장인 유민정씨(29)는 최근 굴착기 운전 자격증을 취득했다. 영업부서에서 일하며 고객에게 장비를 시연해오다 아예 자격증을 딴 것.유씨는 "굴착기 외에 지게차 운전 자격증도 갖고 있다"며 "굴착기와 지게차 운전이 남자 직업이란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자의 자격증' 영역으로 불리던 용접,굴착기,지게차 업종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한달벌이가 좋은 데다 남녀 구분을 싫어하는 신세대 여성의 기질이 접목된 결과다.
26일 자격검정 주관기관인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특수용접 부문에서 여성 7명이 2006년에 자격증을 땄다. 2007년엔 22명,2008년 25명,지난해에는 36명으로 증가했다. 용접 자격증도 2008년 19명에서 지난해 36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공조냉동기계도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8명,9명이었지만 2008년 25명,지난해에는 30명으로 세 배가량 늘었다.
최근 용접 자격증을 손에 쥔 대학 1학년 박채은씨(19)는 "용접이 위험하고 힘든 일이긴 하지만 할 만하다고 생각해 자격증에 도전했다"며 "주변 친구들도 용접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이 거제도인데 조선소에 취직하면 한 달에 300만~400만원씩 번다"며 "일자리를 찾기 힘든 시대에 용접은 취업이 보장된 틈새시장"이라고 덧붙였다.
중장비 분야에선 여풍이 더욱 거세다. 굴착기 운전은 2008년 90명에서 지난해 123명으로 33명 늘었고 지게차 운전도 2006년 128명,2007년 140명,2008년 159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엔 233명으로 200명이 훌쩍 넘었다. 3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 여름 굴착기 자격증을 딴 김미경씨(34)는 "운전시험장에 가보면 여성을 적잖게 만날 수 있다"며 "친구들 얘기로는 건설이나 기계 쪽 자격증에 도전하는 여자도 많다고 한다"고 전했다. 사회적으로 '남자가 할 수 있다면 여자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이미 형성돼 있어 중장비 쪽 자격증이 더 이상 남자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얘기다. 권영진 한국산업인력공단 기술자격국장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여성들이 3D업종의 틈새 공략에 나선 것도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중장비 부문의 벌이가 괜찮은 것이 여성이 도전하는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김씨는 "일감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달에 250만원 이상 버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장비 자격증이 확실한 취업 보증서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자격증 분야에서 남녀 간 벽이 깨지는 것처럼 사람들이 선호하는 자격증도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한식조리사(66만명)와 정보처리사(61만명)는 현재 가장 많은 취득자를 보유하고 있는 자격증이지만 명암이 엇갈린 대표적인 부문.정보처리사는 1990년대만 해도 학생들의 필수 자격증이었다. 하지만 취득자 수가 2005년 5만2000명을 정점으로 2006년에는 절반 이하(2만4000명)로 급감했다. 이후에도 2007년 1만8000명,2008년 1만5000명,지난해 1만3000명으로 줄었다. 대신 컴퓨터그래픽스 운용(2007년 9800명,2009년 1만1000명)과 웹디자인(2007년 2300명,2009년 4300명)은 급증했다. 컴퓨터 시장이 바뀐 탓이다.
한식조리사는 최근 한식의 세계화 바람이 불면서 다시 증가세다. 2005년 3만4000명,2006년 3만7000명,2007년 3만8000명,2008년 3만5000명에서 지난해 4만1000명으로 4만명을 넘겼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