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가 예산 축소와 부유층 증세 등을 뼈대로 한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재정적자 규모를 대폭 줄여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은 24일 각료회의에서 올해보다 8%가량 줄어든 1220억유로(약 188조4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예산안의 특징은 연수입 12만유로(1억850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올리고 부유층 자산 관리에 활용되는 펀드상품 '시카브(Sicav)'에 대한 특별양도소득세 면제 조치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43%인 개인소득 최고세율은 연수입 12만유로 이상에서는 1%포인트 오르고,17만5000유로(2억7000만원) 이상을 버는 납세자는 2%포인트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이번 예산안은 지난해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11.1%였던 재정적자를 올해 9.3% 규모로 줄이고 2013년에는 3%까지 대폭 줄이는 것을 목표로 편성됐다. 살가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몇 년 만에 가장 엄격하게 짜인 예산안"이라고 말했다.

예산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총리가 조기 총선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집권 사회당이 반(反)스페인계 바스크민족당의 지원을 받으면서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스페인 정부는 내년도 성장률을 1.3%로 책정하는 등 낙관적인 전망을 펴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지나친 낙관론은 위험하다는 우려를 나타냈다고 FT는 전했다. 에밀로 온티베로스 애널리스타스 파이낸시에로 그룹 회장은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정부의 위기 대응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적자가 오히려 더 늘고 예산 신뢰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스페인의 내년 실업률은 19.3% 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