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내분 사태가 '사장직무대행' 선임을 둘러싸고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의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은 신상훈 사장의 직무정지로 인한 사장직무대행을 선임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회사 측은 28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사장 직무대행을 선임한다는 방침이어서 자칫하면 또 한번의 표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장 직무대행 후보로는 사내이사인 류시열 전 은행연합회장과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교포이사들 "이번엔 양보하지 않겠다"

정행남 재일한인상공회의소 고문 등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은 최근 '현 시점에서 사장 직무대행을 선정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의사를 전성빈 이사회 의장(서강대 교수)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사장 직무대행 선임 안건이 이사회에 상정될 경우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교포 사외이사들은 14일 열린 이사회에서 대승적 견지에서 신 사장의 직무정지에 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14일 만에 사장 대행을 선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으며 이번에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들은 28일 열리는 이사회에 모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포 사외이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한금융이 사장 직무대행 선임안건을 상정하면 이사회에서는 또 한번의 표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신한금융의 등기이사는 12명이다. 이 중 교포 이사 4명과 이사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신 사장이 사장 대행 선임에 부정적이다.

◆사장 직무대행,대표이사 겸할까

신한금융 측은 28일 이사회에서 사장대행을 선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장역할을 겸하고 있는 라응찬 회장의 업무가 늘어나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금융실명제법 위반의혹과 관련돼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고 있는 라 회장에게 닥칠지도 모를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자는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만큼 누가 사장대행에 선임될지가 상당한 관심이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은 류 전 회장과 김 명예교수,홍성균 전 신한카드 사장,고영선 전 신한생명 사장(현 화재보험협회 이사장),이인호 전 신한금융 사장,최범수 신한금융 부사장 등이다. 대표이사를 겸하는 사장대행을 뽑을 경우 이사직을 갖고 있는 류 전 회장이 유력하다. 그가 대표이사 사장 직무대행에 선임되면 '라 회장 이후'까지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김 명예교수는 신한 · 조흥은행 통합추진위원장과 신한금융 사외이사를 지낸 데다 중립적인 인물로 평가되고 있어 위기를 수습할 적임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 명예교수는 26일 "회사 측으로부터 아직 어떤 연락도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은행은 CEO 대출관여 차단 검토

신한은행은 사장 직무대행 선임과 별도로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가 대출 심사에 관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행장 본인이나 친척은 물론 지인(知人)이 대출을 신청하는 경우에도 창구 직원이 이를 이사회에 보고토록 하는 방안을 아이디어차원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이사 본인이나 친척이 2000만원을 초과해 대출받는 것에 한해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지인까지 확대하겠다는게 은행측의 구상이다.

이와 함께 여신심의위원회의 표결 결과를 일정 기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해 CEO 등이 대출에 반대하는 위원들을 압박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창구 직원이 행장의 지인임을 알고도 인사 조치가 두려워 보고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이사회에 직접 보고하지 않으면 가중 처벌할 수 있는지도 따져보고 있다.

하영춘/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