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여고생들로 구성된 우리 U-17 여자축구대표팀이 어제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승부차기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숙적 일본을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축구가 FIFA 주관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사상 처음있는 일이고 보면 참으로 감격스럽다.

태극 축구소녀들의 우승 과정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다. 열악하기 짝이 없는 환경 속에서도 '하면 된다'는 의지 하나로 똘똘 뭉쳐 나이지리아 스페인 일본 등 세계적 강호들을 줄줄이 물리쳤다. 어린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리며 부단없이 노력하고 팀워크를 다져왔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번 월드컵 우승은 여자축구의 성장 가능성을 재차 확인시킨 것이라는 점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다. 우리 여자축구는 2003년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인 미국 여자월드컵 본선에 출전했고, 2008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제1회 U-17 여자 월드컵에서 첫 8강에 올랐다. 또 지난해 베오그라드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올해 열린 U-20 월드컵에서는 3위에 올랐다. 최초의 여자축구대표팀이 꾸려진 지 불과 20년 만에 이뤄낸 일이다.

우리 여자축구의 여건이 얼마나 척박한지는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축구팀과 선수는 유소년,초 · 중 · 고,대학,실업팀을 모두 합쳐 65개팀 1450명에 그친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에게 패배를 안겼던 독일의 등록 선수가 105만명,성인팀만 5000개를 넘는 현실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그런 역경을 딛고 이번에 세계 제패를 이뤄낸 저력이라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실로 무한하다.

이번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여자축구의 저변을 획기적으로 넓히는 등 적극적인 육성책을 펴나가는 일이 시급하다. 특히 초 · 중 · 고 팀을 대폭 늘리고 유망 선수를 발굴하는 방안을 찾는 데 정부와 축구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야만 U-17, U-20뿐 아니라 성인 여자축구까지 머지않아 세계 정상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잠재력은 충분히 입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