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HR Forum 2010] 그린스펀은 '오바마의 금융개혁'을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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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포럼서 기조연설
美경기는 회복세가 잠시 멈춘 상태
최고 경기 부양책은 주가 상승
시장자율규제가 금융위기 1차 방어선
FRB 의장직 자평한다면 70점 정도
재임 중 서브프라임 위기 예측 못했다
美경기는 회복세가 잠시 멈춘 상태
최고 경기 부양책은 주가 상승
시장자율규제가 금융위기 1차 방어선
FRB 의장직 자평한다면 70점 정도
재임 중 서브프라임 위기 예측 못했다
18년6개월 동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내면서 최장기 경기 호황을 이끈 '경제대통령' 앨런 그린스펀.그가 한국경제신문이 10월27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개최하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0' 기조연설과 대담을 통해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진단한다.
"시장 자율규제가 제2의 금융위기를 막는 1차 방어선"이라는 지론을 펴온 그린스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에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그의 입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주가 상승이 최고 부양책"
1996년 12월 워싱턴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주최한 만찬장.그린스펀 당시 FRB 의장은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는 내용의 연설로 무분별하게 끓어오르던 미국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자산 가치에 과도한 거품이 끼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다음날 뉴욕 증시 개장과 함께 다우지수는 150포인트(2%) 급락했다. 일본 도쿄와 홍콩 증시도 각각 3% 폭락한 채 마감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그는 다른 각도에서 증시 역할론을 제시했다. 지난달 28일 MSNBC 방송에 출연해 "주가 상승이 경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부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회복돼야 자산이 늘어나고,이는 다시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를 부양한다는 '자산 효과'론이다. 그는 금융위기에 따른 주가 하락 탓에 세계 투자자들이 37조달러를 날려 버렸다고 추정했다.
◆"지금은 소프트 패치 단계"
골프경기 때 병충해로 상태가 엉망인 페어웨이 잔디에 볼이 떨어지면 골퍼들은 위기를 맞는다. 이런 페어웨이 일부를 '라지 패치(large patch)'라고 한다. 그린스펀은 2002년 의회 청문회에 출석,라지 패치 개념을 반대로 원용한 '소프트 패치(soft patch)'론으로 경기 상황을 전달했다. 이후 소프트 패치는 경기가 회복되다가 일시적으로 멈추는 현상을 뜻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는 현재 미국 경기도 "회복세를 타다 잠시 주춤한 상태이다"고 설명했다. 라지 패치에는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주택가격이 5~8% 더 떨어지면 주택 압류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시한폭탄은 부채"
그린스펀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미국 연방정부가 안고 있는 부채와 재정적자다. FRB는 기준금리(은행 간 하루짜리 단기금리)를 정책적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국채 장기금리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1조4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재정적자를 시급히 해소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경제를 움직이는 국채 금리가 갑자기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금리가 급등하면 이자비용이 높아져 미국 정부가 해외에서 쉽게 돈을 빌릴 수 없다.
그는 따라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논란 중인 중산층과 부유층에 대한 감세 연장에 반대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연소득 20만달러(부부 합산 25만달러) 미만 중산층을 위한 감세는 연장하되,20만달러 이상 부유층을 위한 감세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FRB 의장직 70점
그린스펀은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2007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다. 그러나 그는 "정책 결정자들이 70%만 예측해도 잘한 것"이라며 "나는 재임기간 중 30%는 정확하지 못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지난 4월 브루킹스연구소에서 발표한 논문 '위기(The Crisis)'를 통해서는 "2000년 초 (금융위기 진앙지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남발을 인지했지만 지엽적인 문제로 취급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재임기간 중 기준금리를 장기간 낮게 유지해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게 아니라 "세계적으로 장기금리가 낮게 유지된 탓"이라고 해명했다. 또 2007년까지 주택시장 거품이 발생한 것은 투자자들과 FRB에 '다행증(euphoria)'이 만연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도 시장이 최전방"
그린스펀은 금융감독 당국이 거품의 깊이와 기간을 예측하고 경고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위기 직후 의회 청문회에서 시장과 금융회사를 향한 자신의 지나친 신뢰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지만,그래도 시장 자율규제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 논문에서 "금융회사에 자본과 유동성,담보를 확충토록 하고 계약 상대방끼리 서로 엄격하게 감시하도록 하는 시장 자율규제가 또 다른 금융위기를 막는 1차 방어선"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30일 FT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부실한 대형 금융회사를 파산시키는 정책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시장 자율규제가 제2의 금융위기를 막는 1차 방어선"이라는 지론을 펴온 그린스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에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그의 입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주가 상승이 최고 부양책"
1996년 12월 워싱턴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주최한 만찬장.그린스펀 당시 FRB 의장은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는 내용의 연설로 무분별하게 끓어오르던 미국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자산 가치에 과도한 거품이 끼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다음날 뉴욕 증시 개장과 함께 다우지수는 150포인트(2%) 급락했다. 일본 도쿄와 홍콩 증시도 각각 3% 폭락한 채 마감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그는 다른 각도에서 증시 역할론을 제시했다. 지난달 28일 MSNBC 방송에 출연해 "주가 상승이 경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부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회복돼야 자산이 늘어나고,이는 다시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를 부양한다는 '자산 효과'론이다. 그는 금융위기에 따른 주가 하락 탓에 세계 투자자들이 37조달러를 날려 버렸다고 추정했다.
◆"지금은 소프트 패치 단계"
골프경기 때 병충해로 상태가 엉망인 페어웨이 잔디에 볼이 떨어지면 골퍼들은 위기를 맞는다. 이런 페어웨이 일부를 '라지 패치(large patch)'라고 한다. 그린스펀은 2002년 의회 청문회에 출석,라지 패치 개념을 반대로 원용한 '소프트 패치(soft patch)'론으로 경기 상황을 전달했다. 이후 소프트 패치는 경기가 회복되다가 일시적으로 멈추는 현상을 뜻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는 현재 미국 경기도 "회복세를 타다 잠시 주춤한 상태이다"고 설명했다. 라지 패치에는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주택가격이 5~8% 더 떨어지면 주택 압류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시한폭탄은 부채"
그린스펀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미국 연방정부가 안고 있는 부채와 재정적자다. FRB는 기준금리(은행 간 하루짜리 단기금리)를 정책적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국채 장기금리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1조4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재정적자를 시급히 해소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경제를 움직이는 국채 금리가 갑자기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금리가 급등하면 이자비용이 높아져 미국 정부가 해외에서 쉽게 돈을 빌릴 수 없다.
그는 따라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논란 중인 중산층과 부유층에 대한 감세 연장에 반대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연소득 20만달러(부부 합산 25만달러) 미만 중산층을 위한 감세는 연장하되,20만달러 이상 부유층을 위한 감세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FRB 의장직 70점
그린스펀은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2007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다. 그러나 그는 "정책 결정자들이 70%만 예측해도 잘한 것"이라며 "나는 재임기간 중 30%는 정확하지 못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지난 4월 브루킹스연구소에서 발표한 논문 '위기(The Crisis)'를 통해서는 "2000년 초 (금융위기 진앙지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남발을 인지했지만 지엽적인 문제로 취급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재임기간 중 기준금리를 장기간 낮게 유지해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게 아니라 "세계적으로 장기금리가 낮게 유지된 탓"이라고 해명했다. 또 2007년까지 주택시장 거품이 발생한 것은 투자자들과 FRB에 '다행증(euphoria)'이 만연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도 시장이 최전방"
그린스펀은 금융감독 당국이 거품의 깊이와 기간을 예측하고 경고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위기 직후 의회 청문회에서 시장과 금융회사를 향한 자신의 지나친 신뢰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지만,그래도 시장 자율규제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 논문에서 "금융회사에 자본과 유동성,담보를 확충토록 하고 계약 상대방끼리 서로 엄격하게 감시하도록 하는 시장 자율규제가 또 다른 금융위기를 막는 1차 방어선"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30일 FT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부실한 대형 금융회사를 파산시키는 정책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