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등에서 퇴직하는 '4050세대' 중견 전문인력의 재취업을 돕는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이들을 위한 맞춤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

국내 처음으로 개설된 무역협회 중견전문인력고용지원센터의 김영희 센터장(48 · 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곳에선 단순직이나 공공사업이 아닌 자신이 갖고 있는 전문성과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연결해준다"며 "대부분 과 · 부장이나 임원급으로 입사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부터 고용노동부와 한국경제신문,무역협회가 공동으로 펼치고 있는 이 사업은 조기 퇴직이나 구조조정 등으로 실직한 중견 전문인력을 재취업시켜 가정의 행복을 찾아주고 유망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경영 어려움도 해소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는 기존의 청년층이나 단순직 위주의 고용지원센터와는 차별화된 것으로 일반기업체 10년 이상 근무자는 신청할 수 있으며 금융회사 및 공공기관 출신자,교원,군인도 가능하다. 이 센터는 운영 5개월 만에 171개 업체에서 277명의 구인 의뢰를 받았으며 102명을 대기업 계열 및 중견 · 중소기업에 재취업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그는 "구직자는 이곳에서 상담,알선은 물론 이력서 · 자기소개서 작성,재취업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사후 관리까지 토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년층 취업은 1명에 그치지만 4050세대의 취업은 3~5인 가족을 먹여살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도 개인적으로 실직의 아픔을 겪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1988년 서울올림픽조직위에서 홍보업무를 맡았다. 이어 효성중공업 합작법인 호주 제임스하디그룹 한국지사에서 7년간 근무한 후 가이드포스트 기자를 하다가 1년간 실업자 신세로 지냈다.

그는 "퇴직한 뒤 처음에는 견디기 힘들었고 나중에는 분노마저 생겼다"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114 안내책자를 놓고 여러 기업에 무조건 전화를 걸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끝에 한솔CSN 개발사업부에 취업했으며 이후 우노커뮤티케이션에서 기획업무를 봤다. 이 당시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다가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 워크숍에 참여하게 됐다.

"이곳에서 헤드헌팅업체인 HR코리아에서 온 최경숙 전무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1년 후인 2001년께 최 전무를 다시 만났는데 '대기업 퇴직자 컨설팅 업무를 잘 할 것 같아 보인다'며 대우그룹 오리온전기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자 재취업 프로젝트를 권유받아 인력 컨설팅 업무를 하게 됐습니다. "

이후 김 센터장은 10여년간 대기업과 강남구청 및 동작구청 등의 고용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지금까지 3200명의 구직자를 상담했다. 그는 "사람의 표정만 봐도 취직 가능성이 보인다"며 "면접에서 구직자의 말투,이야기를 듣는 태도,표정 등 신체적 언어가 당락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화의 주역으로 외환위기를 겪어가면서 열심히 살아 온 4050세대가 갑작스레 직장을 잃게 되면 인생의 종점과도 같은 공포감과 우울함을 느끼기 쉽다"며 "패배감에 빠져 좌절하지 말고 반드시 구직센터를 찾아가 상담과 도움을 받는 것이 빨리 취업할 수 있는 길"이라고 충고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